"깨질 것 같은 시대…유리구슬로 마법을 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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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토서 회고전 갖는 佛 인기 미술가 오토니엘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 지하철역 입구에 색색의 유리구슬 덮개로 만든 왕관 모양의 조형물이 있다. 새로운 1000년이 시작된 2000년에 메트로(파리 지하철)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설치한 장 미셸 오토니엘(47)의 설치 작품 '야행자들의 키오스크(Le kiosque des noctambules)'다. 이 작품은 올해 10주년을 맞아 기념우표까지 출시되며 파리의 또 다른 명물로 자리잡았다.
오토니엘은 8일부터 11월27까지 '마이 웨이'라는 주제로 삼성미술관 플라토(옛 로댕갤러리)에서 회고전을 펼친다. 그는 "20여년간의 작업들이 플라토 전시장에 설치된 로댕의 '지옥의 문''칼레의 시민' 등과 시적인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영광스럽다"며 "동성애자,에이즈환자 등 사회적 편견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동화 같은 작품으로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1991년 독일의 권위 있는 미술제인 카셀 도큐멘타에 참가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그는 루브르박물관,퐁피두센터,구겐하임미술관 등 주요 미술관과 베니스비엔날레 등 국제 전시에 초대받았다. 예술성과 장식성이 뛰어난 그의 작품은 샤넬,까르티에 등 명품업체들의 주문으로 더욱 유명해지고 있다.
그는 "현대미술에서 소외된 아름다움의 추구와 환상 세계를 복원함으로써 시각의 풍요로움을 개척하고 싶다"고 했다. 디지털시대의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장인적인 조형예술을 선보이면서 아이디어 싸움으로 점철된 현대미술의 유행을 거슬러 우직한 미학을 보여주겠다는 얘기다.
그의 작품들은 대개 쓸쓸하고 정적이지만 고품격 에로티시즘의 미학이 배어 있다. 1986년 사진작업 '사제복을 입은 자화상'은 어린 시절 사제의 길을 꿈꿨던 한 남성의 사랑을 표현한 작품이다. "떠나간 연인에 대한 애도이자 치유의 행위로 탄생된 작품이지요. 그 연인의 비극적인 죽음으로 인해 제 예술적 운명이 결정됐습니다. "그는 1990년 초반부터 유리,유황,밀랍 등 쉽게 변형되는 재료들을 활용한 작품으로 아름다움과 친밀감을 되살려냈다. 유리 작품은 에올리에 제도의 화산을 방문한 후 시작했다.
"화산 용암이 식으면서 생성되는 흑요석을 인공적으로 가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신체와 밀접하게 연관되는 유리 장식물을 건축적 규모로 확장해 봤죠.현대미술사가 무관심했던 아름다움과 환상의 세계를 복원한다는 생각을 한 것입니다. "
그의 '두음전환'은 지중해 리파리제도의 스트롬볼리 섬에서 영감을 받은 최초의 유리 작품이다. 중앙의 분화구는 입,눈,항문 등과 유사한 신체기관을 만들어 현대인의 욕망을 비춘다. 1990년대 후반에는 대형 유리 목걸이 작업을 진행했다. 크고 작은 유리 구슬을 목걸이처럼 이은 작품은 그의 연작 중 대표작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유리 목걸이 작품을 비롯해 사진,드로잉,비디오,영상 작품 등 60여점을 만날 수 있다. 1577-7595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