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농7구역, 3.3㎡당 분양가 중대형이 더 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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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 121㎡, 중소형보다 20만~30만원 낮아
'대전 자이' 이어 서울까지 역전 현상 확산
서울 도심 재개발구역에서 전용 85㎡ 이하 중소형 평형과 85㎡ 초과 아파트의 분양가가 역전되는 사례가 생겼다. 그동안 중대형 분양가가 중소형보다 비싸게 책정돼 왔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1~2인 가구 증가와 실수요자 중심의 매수세로 중대형 평형의 인기가 떨어지면서 미분양이 쌓인 결과"라며 "재개발 · 재건축 사업장에서 중대형의 분양가가 중소형보다 싼 현상이 두드러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중소형이 분양가 더 비싸
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오는 30일 일반분양을 위해 모델하우스 문을 열 예정인 서울 전농7구역 재개발조합은 중대형 분양가를 중소형보다 낮추기로 했다.
3.3㎡당 평균 분양가는 1500만원 수준으로 중대형 분양가를 중소형보다 20만~30만원 낮춘다. 조합은 분양가 인하를 위해 지난달 31일 조합원 총회를 열어 일반분양 수익을 기존 3080억원에서 2935억원으로 145억원 낮추는 '일반분양가 조정안'을 통과시켰다. 조합은 중대형 분양가를 낮추는 데 소극적이었지만 시공사인 삼성물산이 중대형 미분양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들어 가격 인하를 강력하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스피드부동산의 김성근 사장은 "경쟁 상대인 답십리16구역의 일반분양가가 전농7구역보다 낮게 책정됐다는 점을 들어 삼성물산이 조합 측에 분양가 인하를 권유했다"며 "조합도 대형 평형 미분양이 발생하면 이자비용 증가로 조합원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우려,인하에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고덕시영 고덕주공4단지 등 강남권 재건축 사업장에서도 조합원들이 중소형을 선택, 중대형이 대거 일반분양 물량으로 나오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조합과 시공사가 미분양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분양가 역전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전농7구역보다 입지여건이 좋은 것으로 평가받는 대흥3구역(마포자이2차)도 지난달 말 전용 84㎡와 118㎡의 분양가를 3.3㎡당 1920만원으로 같게 책정,분양가 역전이 임박했음을 예고했다.
◆중대형 미분양 적체가 원인
중대형 아파트 분양가는 중소형보다 높게 책정되는 게 일반적이었다. 5~6%의 부가가치세가 별도로 붙는 데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중대형 인기가 높았던 까닭이다. 2007년 이후 중대형 평형 미분양이 쌓이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는 게 건설업계 분석이다. 중대형 분양가가 하향 조정되면서 분양가 격차가 줄어들더니 일부 미분양 문제가 심각한 지방에서는 중대형 분양가가 중소형과 비슷하거나 낮은 사례가 발생했다. 지난 5월 말 대전 대흥동에서 분양한 '대전 센트럴 자이'의 146~176㎡ 분양가는 85~112㎡(759만원)보다 3.3㎡당 20만원 이상 낮은 평균 732만원으로 책정됐다. 이에 따라 수요가 적은 대형 평형의 분양도 순조롭게 마무리됐다.
부동산 리서치업체인 리얼투데이의 양지영 팀장은 "서울 중대형 미분양은 939가구로 중소형 미분양 203가구의 4.6배에 이른다"며 "1~2인 가구 증가,베이비부머 은퇴 등 인구구조 변화를 감안하면 중대형 분양가를 높게 책정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