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정치 기반 없는 대중인기는 거품"

"결국 좌파 단일화 정치쇼"…박원순 대항마 찾기 착수
친박 "본전 드러나…대선서 높은 지지율 기대는 오산"

한나라당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서울시장 보궐선거 불출마 선언을 한 것에 대해 일단 다행이라는 분위기다.

상대적으로 지지율이 낮은 박원순 변호사가 상대하기 쉽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다만 잠룡들은 '안풍(風)'으로 확인된 안 원장이 내년 대선에 나올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눈치다.

◆안철수 때리기 속 대항마 찾기 분주

김기현 한나라당 대변인은 6일 브리핑을 통해 "며칠간 국민을 혼란시켰던 강남좌파 안철수 파동은 결국 좌파 단일화 정치쇼로 막을 내렸다"며 "선거만을 위해 야합한 곽노현식 단일화가 연상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신선한 충격을 주는 듯하던 안철수 씨의 본색도 알고 보니 자신이 그토록 비난하던 구태 야합정치인에 다름없음이 확인된 것"이라며 "한나라당은 흔들림 없이 정강정책에 따라 서민을 따뜻하게,중산층을 두텁게 하는 노력을 계속 강화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박 변호사의 대항마 찾기에 분주해졌다. 이종구 서울시당 위원장은 "일단 (박 변호사가) 안 원장보다는 낫다"며 "외부 영입을 고려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이길 후보를 찾아보겠다"고 했다.

외부 인사로는 호남 출신의 김황식 국무총리를 비롯해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정운찬 전 총리,유인촌 전 문화부 장관,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황영기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김정권 사무총장은 "외부 인사도 좋고,당내에 좋은 인사도 많다"며 "당내 인사를 배제하지 않고 더 정세를 분석해보겠다"고 했다. 당내 지지율 1위인 나경원 최고위원의 측근은 "지도부가 출마를 반대하지만 않으면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나 최고위원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잠룡들,안 원장 향후 거취에 촉각

잠룡들은 안 원장의 서울시장 불출마가 내년 대권에 나오는 시나리오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안 원장을 깎아 내리면서 바람을 사전에 차단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친박계의 한 재선 의원은 "대권에 나오려고 하는 것 같은데 본전이 많이 드러났다"고 했고,다른 초선 의원은 "어려움을 모르고 자란 사람으로 내년 대선까지 정치권에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재선 의원은 "언젠가는 정치를 할 것으로 본다"며 "서울시장 여론조사에서 50% 나왔다고 대선에서도 그 정도 나온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주장했다.

정몽준 전 대표는 이날 자서전 출판 기념회에서 "정치적,제도적 기반이 없는 대중적 인기는 신기루"라며 최근 정치권에 불어닥친 '안철수 신드롬'에 대해 한계를 지적했다.

정 전 대표는 "2002년 월드컵 개최 이후 성공과 좌절을 겪고 2007년 한나라당에 입당한 것은 민주주의는 곧 정당정치란 사실을 깊이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회고했다.

홍준표 대표도 "안철수 바람이라고 표현하는데 제가 보기에는 거품"이라며 "정치적 내공과 상상력 없이 갑자기 뛰어들어 벼락 같은 인기로 (정치를) 할 때는 자기 밑천이 다 드러난다"고 말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