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사실상 '고정환율제' 선언

환율 하한선 '1유로=1.2스위스프랑' 설정
글로벌 통화전쟁 재점화…美증시 급락 출발
스위스중앙은행(SNB)이 스위스프랑의 초강세를 저지하기 위해 유로화 대비 환율 하한선을 설정,사실상의 고정환율제를 운용키로 하는 특단의 대책을 내놨다.

SNB는 6일(현지시간) 스위스프랑의 환율 하한선을 1유로당 1.20스위스프랑으로 설정하고,이를 위해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유로화를 무제한으로 사들이겠다고 밝혔다. SNB가 특정 통화에 대한 환율에 하한선을 두는 고강도 환율방어 조치를 취한 것은 1978년 무역수지 방어를 위해 당시 서독 마르크화에 대해 환율 마지노선을 설정했던 이후 33년 만에 처음이다. SNB는 발표문을 통해 "스위스프랑에 대한 지나친 고평가가 스위스 경제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며 "이번 조치는 스위스프랑 가치를 실질적이고 지속적으로 약화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유로 환율이 1.20스위스프랑 밑으로 내려가는 것을 결코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최저 환율을 유지하기 위해 즉각적으로 개입해 무제한으로 외환을 사들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위스프랑은 최근 유럽과 미국 경제 불안에 따라 안전자산으로 부각돼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유로화뿐만 아니라 달러화에 대해서도 사상 최고치로 급등했다. 이에 따라 스위스 금융당국이 자국 화폐의 이상 강세로 인한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막기 위해 '핵폭탄'급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스위스프랑은 지난 2월만 해도 유로화 대비 1.30스위스프랑을 유지했으나 이후 유로존 재정위기가 심화하면서 가치가 20% 이상 급등,지난달에는 1.00스위스프랑 선이 위협받기도 했다. SNB의 발표에 따라 이날 환율은 1유로에 1.12스위스프랑에서 1.2033스위스프랑으로 상승했다. 스위스 증시는 장중 4.7% 급등했다. 그러나 미국 다우지수는 이날 개장하자마자 2% 이상 급락,장중 11,000선이 깨졌다. 미국 고용지표가 나빴던 데다 전날 노동절 휴일로 장을 열지 않아 유럽 증시 급락의 영향을 한꺼번에 받은 탓이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