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금융→환율…증폭되는 '글로벌 위기'

스위스 사실상 고정환율제…환율전쟁 불붙나

유동성 확대 안통하자 33년 만에 초강수…일본도 엔高 대응 1000억弗 펀드 조성
23일 워싱턴 G20 재무회의 '공조' 촉각
스위스중앙은행(SNB)이 스위스프랑의 초강세를 저지하기 위해 환율 하한선이 설정된 사실상 고정환율제를 운용키로 해 '2차 환율전쟁'의 개시를 예고하고 있다. 1차 환율전쟁은 2008년 금융위기에 따라 미국이 두 차례 양적완화를 실시,지난해 달러가치가 하락하면서 벌어졌었다.

최근 미국과 유럽 등 세계 각국은 자국 통화 가치를 끌어내려 수출 증대로 위기를 돌파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그러나 스위스프랑은 국제금융시장의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전 세계 투자자들이 경쟁적으로 매입하면서 안전자산의 대표 통화로 부각돼 화폐가치가 급등했다. 스위스는 스위스프랑의 강세로 수출경쟁력 상실은 물론 관광산업이 타격을 받으면서 경제가 위협 받고있다. 문제는 통화 강세가 스위스만의 일도,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도 아니라는 점이다. 유럽 재정위기가 심화되고,미국 경제의 더블딥 전망이 강해지면 안전자산을 매입하려는 움직임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 최근 스위스프랑뿐 아니라 일본 엔화가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일본 재무성은 지난 8월4일 사상 최대금액인 4조5129억엔을 시장에 쏟아부으며 엔화가치 방어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엔 · 달러 환율은 오히려 79엔대에서 77엔대로 하락, 시장개입 효과를 전혀 거두지 못했다. 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얼마나 높은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일본의 새 재무상인 아즈미 준(安住淳)은 엔 강세 저지를 위한 행동을 취할 준비가 됐음을 시사했다. 그는 "최근 엔 강세 속도가 빨라지면서 일본 경제를 심각한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다"며 "시장의 투기적인 움직임에 대응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최근 엔고(高)에 대응하기 위해 1000억달러 규모의 엔고저지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SNB도 지난달 머니마켓에 대한 유동성을 확대하고,대출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추는 등 간접적인 환율 방어에 나섰다. 그러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서 이 같은 조치들은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했다. 이날 SNB가 환율 하한선을 설정하는 초강수를 꺼내든 것은 통상적인 방식으로는 스위스프랑의 강세 추세를 막을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ING의 이코노미스트인 줄리앙 맹세우스는 "하한선을 정해놓는 것은 흥미로운 옵션"이라며 "통화가 너무 많이 절상되는 것을 피하면서 통화 움직임을 자유롭게 놔둘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미국도 환율전쟁의 뇌관이다. 미국의 3차 양적완화가 실시되면 전 세계 유동성 확대로 각국의 환율이 큰 폭으로 움직일 것으로 우려된다.

한편 주요 20개국(G20)은 오는 23일 워싱턴에서 재무장관 회의를 연 뒤,10월14일 프랑스에서 재무장관 · 중앙은행 총재 회의,11월3일에는 정상회의를 열 예정이다. 한 나라가 국제적 공조없이 독단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성공한 사례가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 회의에서는 환율 결정에 대한 국제적 기준이 마련될지 주목된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