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뢰인 직장 맞춰 휴대폰ㆍ카드 '다 바꿔'…"집 좀 구해줘요" 개인적인 부탁도 해결

법조계 현장스토리…金 검사 & 李 변호사 - '세일즈맨' 변호사

자문 변호사는 완전한 '乙'
매주 골프·주3일 술 접대…주요 의뢰인 잡무 처리도

24시간 연락하세요
휴일에도 의뢰인에 전화…크리스마스 이브 메일 발송

변호사는 해결사
"친구가 억울한 일 당했는데…" 무료 법률상담 서비스

"변호사님은 왜 우리 회사 신용카드를 안 쓰십니까?"

중요한 의뢰인과 저녁 자리를 마친 후 계산하기 위해 무심코 신용카드를 꺼낸 A변호사는 당황했다. A변호사가 소속된 로펌의 법인카드는 하필 의뢰인의 경쟁사 카드였기 때문이다. 의뢰인 얼굴에 못마땅한 기색이 역력하자 A변호사는 급히 지갑을 뒤졌다. 개인 카드 중 의뢰인 회사 카드가 있는 게 천만다행이었다. 그는 "여기 있지 않습니까,허허허…"라고 눙치며 비상 상황을 모면할 수 있었다. 대형 로펌 소속 B변호사는 의뢰인에 따라 선호 브랜드를 바꾼다. 아파트 같은 고가 제품(?)은 못 바꿔도,휴대폰도 바꾸고 치약 비누도 바꾸고 술도 바꾼다. B변호사는 "의뢰인 회사 제품을 사용하면 의뢰인이 좋아하기도 하지만,사적인 화젯거리를 공유하며 유대감이 생긴다"고 효과를 설명했다.

근엄한 법조인의 시대는 갔다. 의뢰인의 마음을 사로잡고 장기 고객으로 유치하는 '세일즈맨' 변호사들이 늘고 있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다.

◆"마일리지로 돌려드립니다"최광석 부동산 경매전문 변호사는 지난해부터 사무실에 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했다. 그의 사무실은 의뢰인이 낸 비용의 2%를 마일리지로 적립해준다. 의뢰인이 1000만원을 지불했으면 20만원이 마일리지로 쌓인다. 신용카드나 항공사에서 볼 수 있었던 제도가 변호사업계에도 등장한 것.그렇다고 또다시 송사를 벌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최 변호사는 "의뢰인이 다시 사무실을 찾는 이유는 업무 만족도 때문이지 마일리지로 좌우되는 건 아니다"며 "의뢰인에게 마일리지를 이용해 나중에 본인이 무료 상담을 받거나 지인에게 넘겨줄 수도 있다는 점을 알려주면 실제로 마일리지를 쓰든 안 쓰든 신기해하고 이색 서비스라고 생각해 반긴다"고 설명했다.

한 중형 로펌은 부동산 사건에서 의뢰인이 승소해 해당 부동산을 확보할 경우 부동산 개발사업자 등을 통해 그 부동산을 사들일 수 있는 고객을 소개, '꿩 먹고 알 먹는' 효과를 거둔다. ◆"휴대폰은 24시간 열려 있습니다"

"담당 변호사 얼굴도 제대로 못봤는데 판결이 나왔다"는 의뢰인들의 하소연도 옛말이다. 30대 청년 변호사 C씨는 의뢰인과 상담하면서 자신의 휴대폰 번호가 기재된 명함을 건넨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인다. "급하면 일요일에도 전화하세요. " 노련한 개인변호사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C씨가 빼든 카드는 고객을 위해 주말 근무도 불사하는 친절함이었다. 그는 "'사무실 사무장에게 연락하라'며 고압적으로 구는 변호사들은 앞으로 설 자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D변호사도 '휴일 노하우'가 있다. 휴일에 출근하면 사무실 전화로 의뢰인에게 전화한다. 밤늦은 시간에도 전화한다. '내가 당신을 위해 휴일에도 밤에도 사무실에 나와 이렇게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점을 은연중에 알려주기 위해서다. 이메일도 같은 원리다. 일부 변호사들은 예약발송 기능을 이용,새벽에 이메일을 보내기도 한다. 새벽까지 열심히 일했다는 증거를 보여주려는 생각이다. 모 로펌 소속 변호사는 "크리스마스 이브에서 성탄절로 넘어가는 밤에 이메일을 보냈더니 고객이 매우 감동했다"고 귀띔했다.

◆"업무로 승부합니다"

의뢰인을 사로잡는 기본은 역시 승소다. 한 대형 로펌 소속 K변호사는 "유죄가 확실할 것 같은 사건에서 이기면 5분 정도는 의뢰인이 신처럼 떠받들어 준다"고 말했다. 2009년 한 의류업체에 대한 700억원대 민사소송에서 이겼을 때 의뢰인은 그가 속한 로펌 직원 500여명에게 전부 티셔츠를 지급할 정도로 인심도 후해졌다.

하지만 고객유치전이 가열되면서 불법을 넘나드는 변호사도 있다. P변호사는 경찰이나 교도소 측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 사건 유치에 도움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관에 필요한 정보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수시로 술접대까지 하면서 개인적인 친분관계를 맺어놓은 뒤 사건을 유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객의 가려운 곳을 긁어드립니다"

의뢰인의 개인적 부탁도 중요하다. 의뢰인이 불쑥 "내 친구가 이런 억울한 일을 당했는데…"라고 무료 법률상담을 요청하거나,회사를 대리해 업무를 수행하던 회사 관계자가 슬그머니 "내가 개인적으로 송사에 휘말려 고민이 있는데 좀 들어봐줄 수 없소?"라고 말을 건네기도 한다. 법률에 관련된 일이면 그래도 수월한 편.외국인 고객은 "한국에서 오래 머물러야 할 것 같은데 집은 어디에 구하는 게 좋겠느냐"는 뜬금없는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주요 의뢰인은 '잡무 처리도 좀…'이라는 눈치도 준다. 이럴 때 "내 일 아니다"며 딱 자르기보다는 다른 업체를 수소문해 연결해주거나 주요 고객의 경우 상담료 및 수임료를 할인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인수 · 합병(M&A) 전문인 김모 변호사는 고객에게 '완전한 을'이다. 매주 골프를 치고,1주일에 사흘은 술을 마신다. 토요일과 일요일도 회사에서 산다. 가족들을 종종 회사로 불러내는데 회사에서 아이들 공부를 봐주기도 한단다. 김 변호사는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려면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고객과의 끈끈한 관계는 딴 데로 못 가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고운/임도원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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