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대 검찰총장은 '스마트 수사론'을 표방했다. 지난 5일 수사기획관을 비롯한 대검찰청 전입 검사들의 신고를 받는 자리에서 "숫자나 통계에 연연하지 말고 품질 높은 스마트 수사를 하라"고 주문했다. "벤츠 두 대만 만들어라"는 서울중앙지검장 당시 수사 방침의 연장선상이다. 양승태 대법원장 내정자는 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정치적 성향을 묻는 질문에 "스스로 보수적이라고 생각한 적 없고,그렇다고 진보라고 생각한 적도 없다. 제 자신,자유분방함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한 총장의 '스마트 수사론'은 임채진 전 총장이 강조한 '절제와 품격있는 검찰상'과 같은 맥락이다. 영어에 능통한 한 총장이 영어로 바꿔 표현했을 뿐이다.
양 내정자는 그동안의 판결을 보면 보수 성향이 뚜렷하다. 용산참사에서 철거민들을 강제 진압한 경찰 행위가 정당하다고 했고,시민단체의 무상급식 지지와 4대강 사업 반대 활동을 선거법 위반으로 규정해 회원들을 직권으로 고발했다. 그런데 왜 진보니 자유니 하며 논란거리를 만들까. 갈수록 악화하는 수사 환경을 감안하면 고질적 환부만을 깔끔하게 도려내겠다는 '스마트 수사론'은 힘겨운 결단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보수와 진보로 편가르기 좋아하는 정치권에 양 내정자는 "인위적인 틀에 가두지 말아달라"고 하소연하는 것 같다. 그럼에도 여전히 불안하다.
검찰과 사법부마저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기보다 여론이나 정권 취향에 장단을 맞추려 애쓰는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양 내정자가 존경한다는 초대 대법원장 가인 김병로 선생은 사법부 독립을 위해 이승만 대통령과 자주 마찰을 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