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기銅 값, 3개월 만에 하락…t당 997만원

글로벌 재정위기 영향…아연가격도 5.9% 떨어져

이달 전기동 국내 판매기준가격이 3개월 만에 하락,t당 1000만원 아래로 내려갔다. 아연 국내 판매가도 지난달에 비해 5.9% 떨어졌다.

지난달 초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국제 금융시장이 요동친 가운데 유럽 재정위기까지 불거지면서 비철금속 국제가격이 크게 떨어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순동코일 황동 등 전기동과 아연을 원료로 사용하는 동 제품 가격도 하락했다. 동 제련업체인 LS니꼬동제련은 9월 전기동 괴(塊 · 덩어리) 판매기준가격을 지난달보다 4.7% 낮은 t당 997만9000원으로 고시했다고 8일 밝혔다. 전기동 t당 가격이 올 들어 1000만원 선 밑으로 내려간 것은 지난 6월에 이어 두 번째다.

전기동 국내 판매가격이 이처럼 떨어진 것은 지난달 국제가격이 한 달 전보다 크게 하락한 탓이다. LS니꼬동제련 관계자는 "지난달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된 전기동 평균 가격은 t당 9041.3달러로 지난 7월(9619.24달러)에 비해 6.0% 내렸다"고 말했다. 이달 국내 판매가 하락률이 국제가격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달러당 원화환율이 지난 7월 평균 1069원83전에서 지난달 평균 1083원64전으로 올랐기 때문이라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고려아연이 이달 국내 시장에 공급하는 아연 괴 가격도 t당 263만7000원으로 지난달(280만2000원)에 비해 5.9% 떨어졌다. LME 아연가격이 지난달 t당 평균 2239.95달러로 전달에 비해 7.4%나 떨어진 것이 국내 가격 하락요인이라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지난달 초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시킨 이후 글로벌 투자자금이 위험자산에서 일시적으로 빠져나간 데다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이 재정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비철금속 가격 하락폭을 키웠다"고 말했다.

전기동 및 아연 관련 제품 가격도 잇따라 내렸다. 풍산은 전기동만을 사용하는 순동코일 가격을 지난달보다 3.9% 낮은 t당 1213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전기동과 아연을 혼합한 '황동 2종'도 t당 966만원으로 3.8% 내렸다. 전기동과 주석을 섞어 만드는 스프링용 인청동 가격은 t당 1412만원으로 4.5%,전기동 주석 니켈 등을 혼합하는 스프링용 양백은 t당 1356만원으로 4.2% 떨어졌다.

손양림 코리아PDS 연구원은 "올 연말까지 전기동 가격은 강보합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중국 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전기동 생산량 1위인 칠레의 공급이 여의치 않다"며 "전반적으로 연말까지는 수요초과 현상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