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인들 일 좀 하게 국회는 그만 불러내라

국회가 국정감사를 앞두고 또 다시 기업인들을 대거 증인으로 채택하고 있다. 정무위가 의결한 증인 및 참고인 45명 가운데 40명가량이 기업인 또는 민간단체 대표들이다. 지식경제위는 여야가 신청한 증인 15명 중 9명이 그렇다. 기업인 증인 신청이 특히 심한 게 이번 18대 국회다. 국정감사인지, 기업감사인지 헷갈리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오죽하면 경총이 기업인 증인 신청을 제발 자제해 달라고 국회에 요청할 정도다.

국정감사는 두 말할 필요도 없이 정부를 대상으로 하는 게 원칙이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7조에서 국감 대상을 국가기관, 일부 지자체, 공공기관 등에 한정하고 그외 기관은 본회의가 특히 필요하다고 의결한 경우에 한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만약 일반인의 증언이 필요하다면 보조적이고 최소한에 그쳐야 하는 게 입법 취지에도 맞다. 그럼에도 국회는 상임위마다 경쟁적으로 기업인들을 일단 불러놓고 보자는 식으로 나오고 있다. 막상 기업인을 증인으로 불러낸 뒤 벌어지는 풍경은 그야말로 가관이다. 말이 좋아 증인 또는 참고인이지 완전히 피의자다. 정회를 반복하며 밤늦게 끝나는 일정으로 진행되는 국감장에서 증인들은 하루종일 복도에서 순서를 기다려야 하는 신세다. 그렇게 해서 겨우 차례가 돌아와도 정작 의원들의 장황한 훈화가 있을 뿐이다. 증인들은 말할 기회조차 없다. 고함을 쳐대는 국회의원들의 호통과 추궁만이 난무한다. 인격모독적인 발언들도 다반사다. 지난 8월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공청회, 한진중공업 청문회가 다 그런 식이었다.

정책 감사는 뒷전인 채 오로지 정략적으로 이용할 수 있고 의원들의 대중적 인기에 도움이 된다 싶으면 기업인들을 불러내 벌세우고 반기업정서를 앞장서 자극하고 있는 게 지금의 국회요,국정감사다. 최고경영인들이 국회에 불려가는 순간 해당 기업은 큰 비리가 있는 것으로 비쳐지고 만다. 그 때마다 기업인들의 자괴감은 더욱 깊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