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실좋은 부부도 자주 보면 으르렁…창의적으로 시간·공간을 분리하라

이경원 교수의 재미있는 트리즈 이야기 (7)
추석 한가위가 지났다. 떨어져 살던 가족들이 고향에 모여 정을 나누니 무엇보다도 마음이 풍성해지는 명절이다. 그런데 추석이 힘든 사람도 있다. 고부 갈등 때문이다. 시어머니와 며느리만 힘든 게 아니다. 아들 겸 남편의 고민도 깊어진다.

어느 트리즈 전문가가 "트리즈는 가족 간의 갈등 해소에도 효과적일 것"이라며 얘기를 들려줬다. 고부간의 갈등이 명절 기간에는 더 심하게 드러난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는 아들 겸 남편은 딜레마에 빠진다. 예를 들어 명절에 많은 음식을 먹고서 아내만이 무거운 그릇들을 설거지할 때,아내는 남편에게 도와줄 것을 요청한다. 남편은 귀찮기도 하지만 어머니(시어머니)의 눈치가 보여 선뜻 나서기가 곤란하다. 오랜만에 도와주자니 어머니 눈치가 보이고,안 도와주자니 아내로부터의 '후환'이 두렵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까. 트리즈 지식을 활용,시간과 공간에 의한 분리를 적용하면 된다. 문제는 어머니와 아내가 같은 시간,같은 장소에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창의적으로 분리할 수 있을까. 문제 해결방법은 값싼 자원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아내는 그 시간에 그 장소에서 설거지를 하게 하고,어머니를 분리시키면 된다. 어머니에게 가장 예쁜 자원은 아마도 손주일 것이다. 아들과 딸을 이용,어머니를 시간과 장소에서 분리시켜 보자.방법은 간단하다. 아이에게 용돈을 주면서 할머니에게 밖에 나가자고 조르라고 시키면 된다. 뜻밖에 용돈이 생긴 아이는 만족스러워하면서 할머니에게 떼를 부려서라도 밖으로 모시고 놀러 나갈 것이다.

남편은 오랜만에 생색을 내면서 아내의 설거지를 도와줄 수 있다. 고향에서의 설거지 도우미 한 번은 연말까지 가정의 평화를 보장한다. 이 같은 트리즈식 해결 방식을 생활 속에서 생기는 다른 갈등에도 적용해보면 어떨까.

요즈음 남녀,특히 부부 관계가 심상치 않은 경우가 많다. 기러기 아빠,기러기 엄마처럼 1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하는 부부간의 관계는 위태롭다. 반대로 매일 붙어 사는 부부들도 작은 일로 티격태격 갈등이 누적되는 경우가 많다. 연애,신혼 시절에는 그렇게 좋던 배우자도 시간이 지나면서 때론 귀찮고 끔찍해지기까지 한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뛰어넘을 수 있을까. 지난 칼럼에서 배운 대로 시간과 공간에 의한 분리의 개념을 적용해 보자.이 개념이 적용된 세상에서 가장 원만한 부부 관계는 '주말 부부'다. 일하는 주중에는 떨어져 있다가 주말에 만나면 싸울 시간도 적고,오랜만에 얼굴을 보기 때문에 부부 관계가 좋아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떨어졌다가 붙었다,'그때 그때 달라요'를 생활 속에서 부딪히는 문제에 적용하면 된다.

결혼 전 이성 관계도 마찬가지다. 예쁘고 깜찍할 때는 곁에 더 있게 하고,귀찮고 좀 떨어져 있고 싶을 때는 적당히 핑계를 대서 멀리하는 게 좋다.

시간 · 공간적으로 분리하는 것이 때론 남녀의 감정적 위기를 슬기롭게 넘기게 한다. 이런 것이 재미있고 유익한 트리즈적인 처신이다.

한국산업기술대 교수 · 한국트리즈학회 총무이사 lkw@kp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