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에 대한 신뢰는 '현대판 탕자' 들도 몰입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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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s Master '리더십 경영'구성원들은 신뢰할 수 없는 리더를 따르지 않는다. 겉으로는 추종하는 것 같아도 속마음은 다르다. 최근 북아프리카와 중동지역을 휩쓴 민주화 열풍으로 수십 년 동안 철권통치를 해온 아랍의 독재자들이 비참한 종말을 맞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은 힘에 설복당하지 않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새삼 깨닫게 된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리더십은 직위에 기반한 권력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신뢰받는 리더로 변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리더의 모습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신뢰란 무엇인가. 데니스 루소 카네기멜론대 교수는 '상대방의 의도나 행동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에 근거해 취약함을 감수하려는 의도로 구성된 심리적 상태'라고 정의했다. 다시 말해 상대방에게 믿음을 갖는 것,설령 그 사람이 나를 이용하거나 속일 가능성이 있어도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마음가짐이다. 이런 신뢰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인물이 성경에 나오는 '돌아온 탕자'의 아버지다. 탕자는 아버지에게 행패를 부리고,그것도 모자라 집을 나가 가산까지 탕진한 파렴치한 아들이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런 아들이 돌아오기까지 오랜 시간을 기다렸다. 그리고 탕자가 돌아왔을 때 지친 아들의 어깨를 감싸며 위로와 확신으로 등을 쓰다듬었다.
탕자의 비유는 비즈니스 세계에도 적용된다. 요즘 직장엔 현대판 탕자들이 많아 리더들이 속을 태우고 있다. 조금이라도 야단치면 사표 쓰겠다고 으름장을 놓는가 하면,오만과 독선으로 무장해 리더의 말을 도무지 들으려고 하지 않는 구성원도 있다. 이런 상황을 보면 오히려 리더에게 위로가 필요한 시대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아버지와 아들이 태생적으로 한 운명체인 것처럼,리더와 구성원도 한 조직으로 구성된 이상 공동운명체적 관계에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리더가 아버지의 마음으로 구성원에게 손을 내밀어야 신뢰의 관계가 싹튼다.
리더십의 성공을 결정짓는 신뢰는 쉽게 깨지는 속성도 있다. 어렵게 구축한 신뢰도 한여름 밤의 꿈처럼 일순간에 사라질 수 있다. 세계 1위 자동차 회사인 도요타는 그동안 품질 경영만큼은 자동차 업계의 교과서로 불릴 만큼 모범적이었다. 그러나 2010년 초 가속페달 결함을 은폐하려 했던 의혹이 제기됐고,이 문제는 결국 대량 리콜사태로까지 이어졌다. 이 일로 도요타의 최고경영자(CEO)인 도요다 아키오 사장이 여러 번 사과했지만 한번 땅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기엔 버거워 보인다. #리더가 신뢰를 받아야 하는 이유
첫째,영향력 때문이다. 리더십을 '조직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구성원으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노력하게끔 영향력을 행사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한다면,신뢰받지 못하는 리더의 리더십은 분명한 한계가 있다. 영향력은 권력이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이나시우 룰라 전 브라질 대통령은 집권 8년 동안 빈곤층 2800만여명을 중산층으로 도약시키고 브라질을 세계 8위의 경제 대국으로 올려놓았다.
그가 브라질 역사상 전무후무한 업적을 쌓으며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은 퇴임을 앞두고도 80%가 넘는 브라질인들이 그의 말과 행동을 신뢰했기 때문이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자 했던 그의 진정성이 국민들의 마음을 열고 움직인 것이다. 만약 리더가 선한 의도로 구성원을 이끌고자 하더라도 구성원들이 리더를 신뢰하지 못해 마음을 열지 않으면,리더의 행동은 또 다른 권력으로 왜곡될 뿐이다. 둘째,구성원이 리더를 신뢰할 때 헌신과 몰입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2005년 <갤럽 매니지먼트 저널(Gallup Management Journal)>이 미국 직장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몰입도가 높은 직원들은 상사와 긍정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리더를 신뢰하는 구성원이 많아지면 기업의 성과가 높아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헌신하는 구성원은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한다. 그리고 이런 구성원의 노력은 조직의 실행력을 높이고 기업 성과로 연결된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신뢰받는 리더를 보면 구성원이 업무에 몰입할 수 있도록 구성원과 긍정적인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한다.
셋째,신뢰받는 리더의 모습을 보면서 구성원이 성장하기 때문이다.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커야 한다. 리더는 조직에서 사람을 세우고 성장시키는 사람이다. 구성원의 역량을 키워주고,업무에 헌신할 수 있도록 자극하며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리더의 핵심 역할이다. 이런 역할을 하기 위해선 구성원의 신뢰가 선행조건이 된다. 신뢰받는 리더 곁에서 많이 보고 배운 사람이 이후에도 신뢰받는 리더로 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는 혁신적인 기술과 비전으로 조직 구성원들뿐만 아니라 시장의 높은 신뢰를 받은 리더였다. 잡스는 최근 사임하면서 그의 후계자로 팀 쿡을 지명했다. 1998년 애플에 합류한 쿡은 잡스의 병가 때 CEO 역할을 성공적으로 대행하면서 구성원들의 깊은 신뢰를 얻었다. 잡스의 갑작스러운 퇴진에도 애플 주가에 큰 변동이 없는 것은 쿡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높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쿡은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13년 넘게 스티브와 함께 일한 것은 인생에 있어 최고의 영예이며,스티브는 놀라운 리더이자 나의 멘토였다. "
#구성원은 리더의 '무엇'을 신뢰할까
업무에 대한 전문성은 구성원의 신뢰를 받기 위한 첫째 요건이다. 리더가 특정 분야에 대한 지식과 기술이 있고,일을 잘 한다는 믿음이 있을 때 리더의 전문성(expertise)을 신뢰한다. 주변에서 보면 말만 번지르르하고 일을 잘 못하는 리더가 적지 않다. 해결책을 주지도 못하면서 일일이 간섭하고 윽박지르기만 하는 리더도 있다. 이런 리더가 신뢰받을 수 없음은 자명하다. 리더가 신뢰를 받으려면 성과를 만들어내는 실력이 있어야 한다. 누가 봐도 인정할 만한 능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구성원은 리더의 성품과 인격을 인정할 때 그의 인성(character)을 신뢰한다. 인간성이 좋은 리더를 신뢰하는 것이다. 구성원들은 리더의 성품,말과 행동의 일관성,구성원에 대한 존중과 배려,겸손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리더가 인간미가 있는지 끊임없이 관찰하면서 판단한다. 그리고 리더의 언행에서 비인간적인 모습이 감지되면 신뢰를 접기 시작한다. 세계적 경영학자인 짐 콜린스는 개인적인 겸손(personal humility)과 전문가적 의지(professional will)가 역설적으로 융합할 때 최고 수준의 리더십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한다. 즉 리더의 인성이 신뢰의 결정적인 요소가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구성원은 리더가 자신과 인간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고 생각할 때 신뢰를 준다. 특히 인간적으로 푹 빠져들 만한 매력이 있는 리더를 좋아한다. 미국 사우스웨스트항공사의 창업자인 허브 켈러허 전 회장은 직원들과 감성적인 관계를 통해 신뢰를 쌓은 대표적인 인물이다. 토끼 분장으로 출근길에 직원들을 맞이하는가 하면,일요일 새벽엔 작업복 차림으로 나타나 비행기를 청소하는 등 권위의식을 버리고 직원들과 인간적으로 교감하려고 노력했다. 사람은 누구나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자신이 가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인정받고 싶어한다. 특히 요즘처럼 어지간해선 타인을 인정하지 않는 '인정결핍사회'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구성원들은 자신과 감성적인 관계를 맺고,자신의 존재가치를 인정해주는 리더를 믿고 신뢰하는 것이다.
김한훈 로이인스티튜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