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류우익 후보자에 쏠린 눈

"뭔가 좀 풀리지 않겠습니까? 남과 북 모두 이야기해 볼 만한 환경이 마련됐으니 지금까지와는 다르지 않을까요?"

통일부의 한 관계자는 새 장관을 맞이하는 기대감을 이렇게 전했다. '실세 장관'의 취임을 앞두고 통일부는 조용하지만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14일 열리는 류우익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에 통일부 안팎의 시선이 쏠려 있다. 천안함 · 연평도 사건,비밀접촉 폭로로 남 · 북한간 경색국면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새 장관이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왕의 남자'로까지 불렸던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가 수장으로 내정되면서 통일부의 행보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지난 4년간 통일부는 "이런 식이라면 폐지되는 것이 낫다"는 비판에 시달려 왔다.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폐지 위기에서 살아남은 뒤 김하중 전 장관은 이렇다 할 성과없이 통일부의 명맥을 지키는 데 그쳤다는 평가다. '장수 장관'으로 꼽히는 현인택 장관 역시 강경 기조를 유지하면서 마땅한 대북정책을 내놓지 못했다. 천안함 · 연평도 사건,김정일의 중국 방문 등 한반도의 급박한 순간에도 통일부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통일부 무용론'은 청와대 눈치보기와 수세적 정책으로 일관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류 후보자는 장관 내정 직후 "남북 관계의 발전을 위해 유연성을 발휘할 부분이 있는지 궁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꽉 막힌 남북관계가 이대로는 안 된다는 인식 아래 통일부가 제 역할을 하겠다는 각오를 내비친 것으로 전문가들은 해석했다. 그렇지만 류 후보자 앞에 놓인 과제는 녹록지 않다. 북한은 여전히 천안함 · 연평도 사건에 대해 사과는커녕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북한이 비공개접촉 내용까지 폭로하면서 남북한 상호간 불신의 벽이 높아진 데다 동북아 정세도 빠르게 변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내년을 '강성대국 진입의 해'로 규정하고 적극적인 대외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 미국 러시아의 대통령 선거가 예정된 가운데 중국도 5세대 지도자들이 본격 등장한다. 자칫 한국이 동북아의 새 흐름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류 후보자가 '원칙 있는' 대북 정책을 펴 나가면서 어떻게 유연성을 발휘하겠다는 것인지,청문회에서 답을 제시해야 하는 이유들이다.

조수영 정치부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