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간 국내선 요금동결 '제주항공 효과' 톡톡…관광산업에도 '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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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 제주항공 대표이사는 올해 초 열린 창립 6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항공시장에 '제주항공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항공의 성공을 시작으로 후발 저비용항공사들이 잇따라 선전하면서 국내선 항공운임이 동결되고 여행객 수가 늘어나는 등 항공여행이 대중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제주항공 등이 지난해를 기점으로 국제선 확장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어 대중화 효과는 근거리 국제선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국내선 항공운임 동결
2005년 애경그룹과 제주도가 공동 설립한 제주항공은 이듬해 6월 김포~제주 노선에 취항하며 국내 저비용항공 시대를 열었다. 제주항공의 출현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독과점하고 있던 국내 항공시장에 예상을 뛰어넘는 변화를 가져왔다는 평가다. 우선 1996년 이후 8.5%대의 인상률을 이어오던 국내선 운임이 2005년 이후 현재까지 동결됐다. 운임 인상 억제 외에 항공여행객 증가 효과도 나타났다.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연평균 1%에 불과했던 제주 방문 관광객 증가율이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9%대로 치솟은 것.제주항공 취항 이후 대한항공이 진에어를,아시아나항공이 에어부산을 각각 설립하고 이스타항공 등 후발 주자의 진입이 잇따르면서 합리적 비용에 제주도를 여행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저비용항공사들은 국내 시장에서 대형 항공사들을 위협할 만한 수준까지 성장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2006년 1%에도 미치지 못했던 저비용항공사들의 국내선 여객 분담률은 지난 상반기 40.5%로 뛰어올랐다. 특히 7개 항공사가 모두 취항하는 김포~제주 노선에서는 이 기간 분담률이 52.8%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대형 항공사들을 뛰어넘었다.
국제선에서도 변화의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제주항공이 일본 오사카와 나고야,기타큐슈 등의 노선에 취항한 2009년 3월부터 2010년 2월 말까지 1년간 한국과 일본을 방문한 양국 관광객은 모두 474만명으로 취항 이전 1년간 방문객(431만명)에 비해 약 10% 증가했다. 신규 취항 이후 소비자의 선택권 확대와 합리적인 운임 등으로 여행 부담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라는 게 제주항공의 분석이다. 제주항공을 비롯해 후발 주자들이 국제선 노선 증설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제주항공 효과'는 국제선까지 확대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올해만 3개 노선을 추가로 개설하며 일본 태국 필리핀 홍콩 등 4개국 11개 국제선을 운항 중이다. 진에어는 제주~상하이 노선 등 6개 국제선에 취항했으며,에어부산은 부산~나리타 등 6개 노선,이스타항공은 인천~나리타 등 2개 노선을 각각 운항하고 있다. 티웨이항공도 최근 국토해양부로부터 국제선 운항 인가를 받아 다음달께 방콕노선 취항을 준비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2009년 0.75%에 머물던 저비용항공사의 국제선 점유율은 지난 상반기 3.6%까지 상승했다.
◆아시아시장 경쟁 치열…조종사 수급 등 해결해야
저비용항공사들이 빠르게 세를 확장하고 있지만 운임 합리화 등 과제도 많이 남아 있다. 성장성 높은 아시아 항공시장을 겨냥한 각국 항공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 최대 저비용항공사인 에어아시아의 공세가 가장 적극적이다. 이 회사는 최근 비행기 300대를 새로 주문했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현재 100대 수준인 항공기를 500대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다. 이 회사는 국내에서도 합작법인 설립을 계획 중으로 국내 대형 항공사 대비 절반에 가까운 낮은 운임으로 국내 저비용항공사들과 경쟁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항공사들의 매출 의존도가 높은 일본에서도 저비용항공사가 잇따라 출범하고 있다. 전일본공수(ANA)는 에어아시아와 제휴해 에어아시아재팬을 설립하고 내년부터 국내선과 국제선 운항을 시작할 예정이다. 일본항공(JAL)도 호주 콴타스항공 계열 저비용항공사 제트스타와 손잡고 내년에 저비용항공사를 설립할 계획이다.
아시아 항공시장이 급변하고 있지만 국내 항공사들의 경쟁력은 여러 가지 한계 요인에 직면해 있다. 최근 에어부산과 대한항공 · 진에어 간에 조종사 채용을 둘러싼 갈등이 불거지는 등 고질적인 조종사 수급 불안 문제가 대표적이다. 정부가 지난해 울진비행훈련원을 설립하고 뒤늦게 조종사 양성에 뛰어들었지만,항공사에서 실질적으로 쓸 수 있는 조종사를 키워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교육시설이 부족하고 개인의 비용 부담이 커 기본 비행시간을 채우는 것도 쉽지 않아서다. 황금노선이 대형 항공사 위주로 분배되는 것도 해결돼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한 저비용항공사 관계자는 "많은 노선을 확보해야 규모의 경제를 갖추고 가동률을 높여야 저비용항공사들의 최대 경쟁력인 가격을 더 낮출 수 있다"며 "최소한 노선 배분 등에 있어서 정부의 정책적 배려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국내선 항공운임 동결
2005년 애경그룹과 제주도가 공동 설립한 제주항공은 이듬해 6월 김포~제주 노선에 취항하며 국내 저비용항공 시대를 열었다. 제주항공의 출현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독과점하고 있던 국내 항공시장에 예상을 뛰어넘는 변화를 가져왔다는 평가다. 우선 1996년 이후 8.5%대의 인상률을 이어오던 국내선 운임이 2005년 이후 현재까지 동결됐다. 운임 인상 억제 외에 항공여행객 증가 효과도 나타났다.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연평균 1%에 불과했던 제주 방문 관광객 증가율이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9%대로 치솟은 것.제주항공 취항 이후 대한항공이 진에어를,아시아나항공이 에어부산을 각각 설립하고 이스타항공 등 후발 주자의 진입이 잇따르면서 합리적 비용에 제주도를 여행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저비용항공사들은 국내 시장에서 대형 항공사들을 위협할 만한 수준까지 성장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2006년 1%에도 미치지 못했던 저비용항공사들의 국내선 여객 분담률은 지난 상반기 40.5%로 뛰어올랐다. 특히 7개 항공사가 모두 취항하는 김포~제주 노선에서는 이 기간 분담률이 52.8%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대형 항공사들을 뛰어넘었다.
국제선에서도 변화의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제주항공이 일본 오사카와 나고야,기타큐슈 등의 노선에 취항한 2009년 3월부터 2010년 2월 말까지 1년간 한국과 일본을 방문한 양국 관광객은 모두 474만명으로 취항 이전 1년간 방문객(431만명)에 비해 약 10% 증가했다. 신규 취항 이후 소비자의 선택권 확대와 합리적인 운임 등으로 여행 부담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라는 게 제주항공의 분석이다. 제주항공을 비롯해 후발 주자들이 국제선 노선 증설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제주항공 효과'는 국제선까지 확대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올해만 3개 노선을 추가로 개설하며 일본 태국 필리핀 홍콩 등 4개국 11개 국제선을 운항 중이다. 진에어는 제주~상하이 노선 등 6개 국제선에 취항했으며,에어부산은 부산~나리타 등 6개 노선,이스타항공은 인천~나리타 등 2개 노선을 각각 운항하고 있다. 티웨이항공도 최근 국토해양부로부터 국제선 운항 인가를 받아 다음달께 방콕노선 취항을 준비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2009년 0.75%에 머물던 저비용항공사의 국제선 점유율은 지난 상반기 3.6%까지 상승했다.
◆아시아시장 경쟁 치열…조종사 수급 등 해결해야
저비용항공사들이 빠르게 세를 확장하고 있지만 운임 합리화 등 과제도 많이 남아 있다. 성장성 높은 아시아 항공시장을 겨냥한 각국 항공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 최대 저비용항공사인 에어아시아의 공세가 가장 적극적이다. 이 회사는 최근 비행기 300대를 새로 주문했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현재 100대 수준인 항공기를 500대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다. 이 회사는 국내에서도 합작법인 설립을 계획 중으로 국내 대형 항공사 대비 절반에 가까운 낮은 운임으로 국내 저비용항공사들과 경쟁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항공사들의 매출 의존도가 높은 일본에서도 저비용항공사가 잇따라 출범하고 있다. 전일본공수(ANA)는 에어아시아와 제휴해 에어아시아재팬을 설립하고 내년부터 국내선과 국제선 운항을 시작할 예정이다. 일본항공(JAL)도 호주 콴타스항공 계열 저비용항공사 제트스타와 손잡고 내년에 저비용항공사를 설립할 계획이다.
아시아 항공시장이 급변하고 있지만 국내 항공사들의 경쟁력은 여러 가지 한계 요인에 직면해 있다. 최근 에어부산과 대한항공 · 진에어 간에 조종사 채용을 둘러싼 갈등이 불거지는 등 고질적인 조종사 수급 불안 문제가 대표적이다. 정부가 지난해 울진비행훈련원을 설립하고 뒤늦게 조종사 양성에 뛰어들었지만,항공사에서 실질적으로 쓸 수 있는 조종사를 키워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교육시설이 부족하고 개인의 비용 부담이 커 기본 비행시간을 채우는 것도 쉽지 않아서다. 황금노선이 대형 항공사 위주로 분배되는 것도 해결돼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한 저비용항공사 관계자는 "많은 노선을 확보해야 규모의 경제를 갖추고 가동률을 높여야 저비용항공사들의 최대 경쟁력인 가격을 더 낮출 수 있다"며 "최소한 노선 배분 등에 있어서 정부의 정책적 배려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