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썩은 정치 놀음…지방자치 20년의 뒤끝

지방자치단체들의 재정난이 갈수록 악화돼 그야말로 위기상황이다. 수입보다 지출이 훨씬 많은 부실구조가 고착돼 부채가 속수무책으로 급증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지자체의 재정위기에 대한 경고가 어제오늘 나온 게 아닌데도 전혀 개선될 기미가 없다는 점이다. 회생에 앞장서야 할 지자체장들부터 다음 공천이나 국회 진출을 위한 소위 치적쌓기에만 여념이 없다. 그저 한건주의식 전시행정 아니면 퍼주고 보자는 선심행정만 확대 재생산할 뿐이다. 여기에 내년 총선과 대선을 겨냥한 정치권의 공짜복지 경쟁은 가뜩이나 밑빠진 독 꼴인 지자체의 재정을 위기로 몰아넣을 게 틀림없다. 국가적 재앙이 다가오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지방 재정이 이미 위험수위인 것은 통계수치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244개 전체 지자체의 부채는 지난해 말 75조원을 넘어 불과 4년 사이에 35조원 이상 급증했다. 특히 지방공기업은 부동산 난개발의 후유증으로 부채가 49조원을 웃돈다. 지출이 수입을 초과하는 만성적인 부실구조는 재정자립도 추락으로 나타난다. 평균 재정자립도는 지방자치제가 부활한 1991년 65%에서 2010년 52.2%, 올 8월 말엔 51.0%까지 떨어졌고 내년에는 절반도 안될 것이 뻔하다. 이미 16개 광역지자체 가운데 9곳은 50%를 밑돌고 있다. 기초 지자체로 내려가면 사정이 더 나빠 전체의 56%인 137곳이 자체 지방세 수입만으론 공무원 봉급도 못주는 실정이다. 국가 지원금이 없으면 독자생존이 안되는 지자체가 수두룩하다.

지방자치 20년을 맞은 자치단체들의 모습이 지금 이렇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지향한다는 지자체가 중앙정치에 오염된 결과다. 제 정신 못차리는 단체장들이 한둘이 아니다. 이런 풍토에서는 지자체 파산이라는 극단적인 사태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행정안전부가 부실 지자체의 지방채 발행을 제한하고 사전 경고제를 도입했지만 그런 정도로는 해법이 못된다. 소위 정치 재미에 빠져 골병이 들어버린 이런 지방자치를 이대로 방치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때가 됐다. 썩은 정치가 모든 것을 망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