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팔고 되사는 '쇼트커버' 확산, 금리인상 가능성 낮은 것도 영향

환율 1100원대 폭등

미국 신용등급 강등 때도 꿈쩍하지 않던 원 · 달러 환율이 그리스 디폴트 위기의 영향으로 14일 1100원대로 폭등했다. 원 · 달러 환율이 1100원을 넘은 것은 지난 5월25일(1101원80전) 이후 약 4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날 상승폭은 지난해 6월7일(전일 대비 34원10전 급등) 이후 가장 크다.

환율은 출발부터 불안하게 움직였다. 추석 연휴 동안 그리스 디폴트 위기로 뉴욕 외환시장에서 거래되는 차액결제선물환(NDF) 환율이 1100원대로 뛰었다. 그 영향으로 서울 외환시장의 원 · 달러 환율은 개장하자마자 20원70전 뛴 1098원에 거래가 시작됐다. 이후 수출업체의 달러 매도 물량이 이어지면서 1100원이 저항선 역할을 하는 듯했다. 그러나 오후 들어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프랑스 주요 은행의 신용등급을 강등했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코스피지수가 급락했다. 환율도 폭등세를 보였다. 외국인의 달러 매수가 강화되고 오전에 달러를 판 투자자들이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달러를 되사는 쇼트커버에 나서면서 상승폭이 확대됐다.

그리스 디폴트 우려로 유로화가 약세를 보이고 달러화가 강세를 띠면서 서울 외환시장도 '달러 강세'의 사정권에 든 측면도 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환율 폭등을 심상치 않은 징조로 해석했다. 김두현 외환은행 차장은 "지난달 미국 신용등급 강등 때는 외국인들이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확신했고 금리 인상 기대감도 남아 환율이 뛰지 않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8월 무역수지가 급감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 사이에 2008년 무역수지 적자로 환율이 폭등했던 기억이 되살아난 데다 최근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증대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줄어 환율이 요동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동안 정부가 외환시장이 안정됐다는 점을 내세워 "이번 위기는 2008년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파산 때와는 다르다"고 강조했지만 이런 예상이 빗나갈 수 있다는 지적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