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 항공 선두주자 제주항공…'글로벌 날개' 편다

제주항공

출범 6년…고공비행
가격·안전 앞세워 성장 질주, 올 매출 2500억…첫 흑자 전망

국제선으로 영토 확장
국제선 매출, 국내선 앞질러…中·日·동남아 노선 공략

"비행기표 값이 싸니까 왠지 불안하다. " "대형 항공사들 텃세에 밀려 몇 해 가지 못할 텐데…."

애경그룹이 2005년 제주항공을 설립하고 항공업에 출사표를 던졌을 때 국내 항공시장은 난공불락의 철옹성처럼 여겨졌다. 제주항공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수십년 독과점 체제의 틈새를 뚫겠다며 도전장을 내밀자 "뭣하러 애경이 무모한 시도를…"이라는 비관론이 줄을 이었다. 비행 안전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도 크나 큰 장벽이었다. 제주항공이 출범 6년을 맞았다. 첫해 118억원에 그쳤던 매출은 지난해 1575억원으로 뛰어올랐다. 연평균 91%의 높은 성장을 거듭해온 결과다. 지난해 하반기에 처음 흑자를 낸 이 회사는 올해는 매출 2500억원을 달성,연간 기준으로도 첫 흑자가 확실시 된다고 밝혔다. 빠른 외형 성장에도 좀체 벗어나지 못했던 적자 경영의 꼬리표를 마침내 떼어낼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항공업계에서는 시장 진입에 성공한 제주항공이 이제부터 고공 비행에 본격 나설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가격과 안전' 두 마리 토끼 잡다

제주항공의 경쟁력은 가격이다. 비행기표 값이 대형 항공사의 70~80% 수준에 불과하다. 외국처럼 값싼 항공편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요구가 커진 틈을 파고들어 성공을 일궜다. 1990년대 이후 국내선 항공요금은 연평균 10% 이상 치솟으며 저가 항공사 출현이 절실했고,제주항공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제주항공이 시장에 안착한 또 다른 배경으로는 안전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를 빠르게 불식시킨 점이 꼽힌다. 출범 초기 '저비용 항공이라 아무래도 비행 안정성과 안전성이 떨어질 것'이라던 승객들의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게 첫 번째 과제였다. 제주항공은 지연 및 결항 최소화 등 운항 안정성을 높이는 데 역량을 집중했다. 정해진 부품 교환주기에 앞서 수시 점검을 실시,이상징후가 확인되면 재빨리 새 부품으로 교환하는 예방 정비도 실천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국토해양부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1년간 국내 7개 항공사의 지연 · 결항률을 조사한 결과 제주항공은 0.15%로 대한항공과 함께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정시 출발 · 도착률 역시 지난 2분기 기준 98.39%로 대한항공(95.48%)과 아시아나항공(94.35%)을 포함해 인천국제공항을 운항하는 해외 유수의 30여개 항공사보다 높았다.

운항 안정성 제고를 위한 노력은 비용 면에서도 이익을 가져왔다. 지연 · 결항 최소화를 통해 항공기 가동률을 높이자 비행기 임차료와 직원 훈련비,보험료 등 고정비 지출이 분산됐고 그에 따른 금융비용 등의 절감 효과가 컸다. 양성진 제주항공 홍보실장은 "고가의 부품을 계획정비 기간 전에 교환할 때 드는 비용보다 지연 · 결항이 생기면 손실이 더 많다"며 "예방정비는 저비용 항공사업 성공을 위한 핵심 요소"라고 설명했다. ◆국내 넘어 국제선으로 날개 편다

제주항공의 지난 상반기 국제선 매출은 564억원으로 전체 매출 1096억원의 51.5%를 차지했다. 국제선 매출이 국내선을 앞지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9년 3월 인천~오사카 노선을 처음 개설한 지 2년4개월 만인 지난 7월 국제선 누적 탑승객이 100만명을 넘어설 만큼 빠르게 성장한 덕분이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이후 국제선 쪽으로 사업 영역을 본격 확대하고 있다. 후발 저비용 항공사들의 잇따른 등장으로 국내선 시장이 포화 상태에 접어든 만큼 해외 노선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기 위해서다. 지난해 하반기 인천~홍콩 · 마닐라,부산~세부에 이어 올 상반기 부산~홍콩 · 방콕,제주~오사카 노선에 새로 취항했다. 제주항공은 저비용 항공사 중 가장 많은 일본과 태국,필리핀,홍콩 4개국에 모두 11개 노선을 운항 중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흑자 행진을 이어오고 있는 것은 이 같은 공격적인 국제선 확장의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국내선 운항이 불가능한 야간 시간대를 이용해 동남아 구간을 집중 운항,가동률을 높였고 이는 '고정비 감소→이익 증대'의 선순환으로 이어졌다. 덕분에 이 회사는 고유가에다 3 · 11 일본 대지진 등 각종 악재에도 안정적인 이익을 내고 있다.

2009년까지 100%를 웃돌았던 매출액 대비 원가 비율도 낮아지고 있다. 매출원가율은 지난해 말 87.5%,올해 상반기에는 84.9% 수준까지 떨어졌다. 그만큼 수익성이 좋아졌다는 얘기다. 항공업계에서는 가격 경쟁력을 갖춘 데다 운항 안전성 등에 대한 신뢰가 커졌고 국제선 비중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어,향후 제주항공의 수익구조는 더욱 좋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항공기 늘려 '규모의 경제' 이룬다

제주항공의 장기 목표는 운항 항공기 확대를 통한 '규모의 경제' 실현이다. 현재 8대의 기단 규모로는 막대한 설비 투자와 교육비 등을 분산하는 데 제약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회사는 미국 보잉에 주문한 항공기 6대를 2013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등 2017년까지 모두 16대의 항공기를 확보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기단 규모를 25~30대까지 늘리기로 했다.

단기적으로는 신규 노선 발굴을 통해 수익선 다변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내년에는 베이징과 상하이 등 중국 시장을 최우선 취항지로 공략하기로 했다. 최근 지정 항공사 숫자 제한을 폐지하면서 취항이 자유로워진 베트남을 비롯해 동남아시아 국가에 대한 노선 확장도 검토 중이다. 유가 상승과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해외 저비용 항공사들의 국내 진출에 따른 경쟁 심화 등은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다. 양성진 실장은 "유럽과 달리 아시아권 저비용 항공사들은 도심 외곽의 '서브 공항'이 아니라 주요 도시의 '허브 공항'에서 기존 항공사들과 직접 경쟁을 벌여야 한다"며 "규모의 경제를 통한 운임 경쟁력 확보 및 차별화 서비스를 강화해 브랜드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