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결정적인 순간에 왜 머릿속이 하얘질까

부동의 심리학 | 사이먼 베일락 지음 | 박선령 옮김 | 21세기북스 | 400쪽 | 1만5000원

과도한 긴장이 '초킹' 불러…뇌 훈련 통해 긴장 해소를

1주일 이상 공들여 준비한 프레젠테이션을 하려는 순간 숨이 콱 막힌다. 어떻게든 시작해야 한다는 조바심에 입 안은 바싹바싹 타들어가고,머릿속은 카메라 플래시 터지듯 섬광처럼 새하얘진다.

누구나 한번쯤 꿈속에서라도 이런 상황에 맞닥뜨려 식은땀을 흘린 경험이 있을 게 틀림없다. 이런 악몽 같은 순간은 프레젠테이션 말고도 많이 있다. 인생이 걸린 시험이나 취업 관문에 거쳐야 할 면접,큰 명예와 돈이 걸린 프로 골프대회의 연장 승부 같은 것 말이다. 프레젠테이션에서 결론을 장식하려던 말부터 꺼내거나,면접 때 입이 얼어붙어 준비한 말조차 한마디 못하고,골프 대회에서 마지막 18번 홀의 짧은 퍼트를 놓치는 이들은 그날 일진이 좋지 않았기 때문일까.

《부동의 심리학》은 이처럼 중요한 순간을 맞은 많은 사람들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를 분석한 책이다. 심리학과 뇌과학의 최신 성과들을 예로 들며 재미있게 풀었다. 저자에 따르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한 번의 순간에 생각이나 행동이 꽁꽁 얼어붙는 현상을 '초킹(choking)'이라고 한다. '숨이 막혀 질식할 지경'이란 뜻으로 스포츠 분야에서 많이 쓰인다.

저자는 일을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과도하게 긴장하거나 성공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 문제를 해결하게 하는 뇌 속의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인간의 인지능력을 좌우하는 작업기억이 자리한 전전두피질이 압박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과잉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똑같은 계산 문제라도 '32-17'처럼 가로로 나열한 문제는 세로로 나열한 문제보다 언어와 관련된 뇌 자원에 더 많이 의존하기 때문에 중압감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을 더 많이 받는 식이다. 저자는 작업기억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상황에 맞게 그 역할을 조절할 수 있다면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는 순간에도 '초킹 현상'을 피할 수 있다고 말한다.

먼저 긴장감을 연습하라고 조언한다. 평소에도 긴장감이 있는 상황을 전제로 연습하면 실제 상황에서 대응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모의시험을 치르거나 평가전을 갖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심한 압박을 받을 때 느껴지는 신체 반응을 긍정적인 쪽으로 해석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도 필요하다. '시험 준비가 안돼 미칠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떨리는 걸 보니 시험볼 준비가 다 됐군'하는 식으로 생각하라는 것이다. 프레젠테이션이나 시험을 보기에 앞서 걱정스런 부분을 적어보는 것도 좋다고 한다. 명상을 통해 생각이 부정적으로 흐르지 않도록 하고,부정적인 생각이 들더라도 인지한 뒤 바로 버리도록 뇌 훈련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