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짜리 '장마저축' 이자가 年 3%대라니…

은행, 1년짜리 적금보다 0.5%P 낮게 적용
신규가입 큰 폭 감소…잔액 2년 새 '반토막'
회사원 정일상 씨(32)는 최근 은행에 들러 장기주택마련저축(이하 장마저축)에 가입하려다 포기했다. 장기 적금인데도 금리가 지나치게 낮아서다. 정씨는 "7년 이상 내는 적금인데 연 3%대 이자를 주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정부가 서민과 중산층의 주택자금 마련을 지원한다는 취지로 비과세 혜택까지 주고 있는 장기주택마련저축이 은행권에서 홀대받고 있다. ◆금리 연 3%대 불과

장마저축은 만기가 최소 7년인 장기 적금이다. 가입 후 첫 3년간만 고정금리를 적용하는 구조다. 시중은행들이 적용하고 있는 장마저축 금리는 현재 대부분 연 3%대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신규 가입자에게 연 3.6%의 이자를 적용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경우 연 3.75%다. 하나은행만 연 4.0%를 지급하고 있다.

이는 이들 은행이 판매하는 1년짜리 정기적금 금리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국민은행은 1년 정기적금에 최고 연 4.5%,우리은행은 연 4.1%,신한은행은 연 4.3%,하나은행은 연 4.5%를 각각 주고 있다. 만기 7년짜리 상품 금리가 1년짜리보다 0.5~0.75%포인트 낮다. 장마저축 금리를 3년짜리 정기적금과 비교하면 금리차가 훨씬 커진다. 은행권의 3년 정기적금 이자는 평균 연 5%대 초반이다. 시중은행들은 장마저축 기존 가입자도 홀대하고 있다. 3년간 고정이자를 지급한 이후엔 1년제 '기본 고시이율'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현재 기본 고시이율은 연 3.3~3.5%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비과세 혜택이 있기 때문에 장마저축에 굳이 높은 이자를 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잔액 2년 새 절반으로 줄어

시중은행의 장마저축 가입 잔액은 갈수록 줄고 있다. 국민 · 우리 · 신한 · 하나 등 4개 은행의 2008년 말과 2009년 말 잔액은 각각 9조4228억원 및 9조4030억원으로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작년 말 6조7194억원으로 1년 새 28% 줄더니 지난달 말 5조9191억원으로 감소했다. 이런 추세라면 연말께 2009년 대비 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작년부터 신규 가입자에 대한 소득공제 혜택이 폐지(연봉 8800만원 이하 종전 가입자는 2012년 말까지 연장)된 게 가장 큰 원인이지만 장마저축에 대한 금리 차별 역시 주요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장마저축과 달리 은행권의 정기적금 잔액은 계속 늘고 있다. 4개 은행의 정기적금 잔액은 2008년 말 10조3868억원,2009년 말 13조9454억원,작년 말 14조8871억원,지난달 말 15조8996억원 등 매년 10% 안팎 증가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1~3년짜리 정기적금 금리를 높인 이후엔 장마저축에 신규 가입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고 전했다. 장마저축은 1~2년 전까지만 해도 은행권 최고의 재테크 상품으로 뽑혔다.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15.4%에 달하는 이자소득세를 면제받을 수 있어서다. 만 18세 이상 가구주로 무주택자이거나 국민주택 규모(85㎡) 이하 1주택 소유자만 가입할 수 있는 대표적인 서민 전용 상품이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