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트로 "명품 라인 강화…男心 사냥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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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의 루이비통' 에트로 판매 이충희 사장"에트로를 '홈쇼핑 브랜드'로 만들자는 겁니까. 명품은 이미지로 먹고사는데 홈쇼핑이 말이 됩니까. " "에트로의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게 먼저입니다. 에트로의 진가를 보여줄 기회가 생겼는데 왜 마다합니까. "
홈쇼핑서 '완판' 신화 달성, 인지도ㆍ선호도 모두 높여…백화점 매출도 5년간 2배로
2005년 말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에트로를 수입 · 판매하는 듀오의 서울 청담동 본사 사옥.에트로의 홈쇼핑 진출 여부를 놓고 임원들 간에 격론이 벌어졌다. 이충희 사장(56 · 사진)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명품이 대중화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홈쇼핑도 괜찮은 판매채널이에요. 게다가 에트로를 전국에 알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한번 해봅시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가 국내 홈쇼핑에 정식 진출하는 첫 순간이었다. 이 사장의 '베팅'은 적중했다. 2006년 4월 현대홈쇼핑을 통해 첫 전파를 탄 이래 방송할 때마다 '완판(완전판매)' 행진을 이어갔다. 홈쇼핑에서만 1만개 넘게 팔린 '1-729 보스턴백'에는 '7초백(거리에서 7초마다 볼 수 있는 가방)'이란 별명이 붙었다.
덕분에 2006년 19억원이었던 에트로의 홈쇼핑 매출은 지난해 105억원으로 불었다. 지난해 국내 매출 500억원(면세점 포함 1000억원)의 20%를 홈쇼핑에서 거둔 셈이다. 홈쇼핑에서 연매출 100억원이 넘는 명품 브랜드는 에트로가 유일하다. 올해 예상 매출 600억원(면세점 포함 1200억원) 중 홈쇼핑 매출은 108억원이다.
이 사장은 15일 "많은 사람들이 '명품과 홈쇼핑은 궁합이 맞지 않는다'고 말렸지만 홈쇼핑의 장점을 잘 활용하면 '새로운 성공 방정식'을 그려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며 "홈쇼핑 덕분에 에트로의 진가가 알려지면서 '이미지 추락'은커녕 백화점 매출도 5년 새 2배 이상 늘어났다"고 말했다. 김정훈 현대홈쇼핑 명품담당 책임 상품기획자(MD)는 "홈쇼핑 업계에선 에트로를 '홈쇼핑의 루이비통'이라고 부른다"며 "다른 명품 브랜드들이 홈쇼핑에 입성하게 된 것도 에트로가 먼저 길을 열어준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에트로와 홈쇼핑의 만남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로 '인지도 및 선호도 제고 효과'를 첫 손에 꼽았다. 큰 돈 들이지 않고도 수백만명이 시청하는 홈쇼핑에 에트로를 1시간이나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다. 본사의 전폭적인 지원도 한몫했다. 사소한 것까지 본사가 통제하는 대다수 명품 브랜드와 달리 에트로 본사는 한국 홈쇼핑 진출에 대한 결정권을 이 사장에게 맡겼다. 더구나 홈쇼핑 방송에 가방 제작과정은 물론 에트로 창업주의 아들이자 수석 디자이너인 야코보 에트로의 인터뷰까지 내보낼 정도로 한국 파트너에 힘을 실어줬다.
듀오 관계자는 "이 사장에 대한 신뢰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일"이라며 "일본과 중국을 포함한 에트로의 아시아시장에서 한국이 매출 1위를 달릴 정도로 장사를 잘한 데다 지난해 이 사장이 창업주 짐모 에트로 에트로 회장(71)의 칠순잔치를 열어줄 정도로 각별한 친분을 쌓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장충동 신라면세점 점장 출신인 이 사장은 1993년 에트로 국내 판권을 따내며 명품업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이 사장의 다음 목표는 에트로를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사랑하는 브랜드로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올 들어 양복 구두 피케셔츠 등 남성용 상품을 대거 들여왔다. 이 사장은 "'남자도 꾸미는 시대'가 온 만큼 앞으로 남성용 명품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며 "현재 100㎡(30평) 안팎인 주요 백화점의 매장 크기를 165~200㎡(50~60평)로 확대해 여성은 물론 남성 제품에 이르기까지 풀라인업을 갖출 계획"이라고 말했다.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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