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특허전쟁, 변호사ㆍ변리사 함께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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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대리권 다툼…인력양성 차질다양하고 전문화된 법조인을 길러 내겠다는 목표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체제가 출범한 지 벌써 3년이 다가온다. 그간 각고(刻苦)의 노력 끝에 로스쿨 교육체제는 정착화 단계에 있지만 시행착오도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는 특성화 교육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출범 당시 모든 로스쿨들이 의욕적으로 특성화를 간판처럼 내세웠다. 가령 환경이라든지,금융,공익인권,해운,국제법무,기업법무 등이 그런 것이다. 그 중에서도 지식재산권을 특성화 분야로 정한 대학들이 상당수 있었으며 필자가 몸담고 있는 인하대도 그 하나이다.
타협 통해 로스쿨교육 정상화를
특허전쟁 시대에 미국의 특허변호사(patent attorney)와 경쟁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특허명세서 작성 등 특정 발명을 제대로 된 특허권으로 만들어주는 능력(prosecution ability)을 갖추고 그 위에 특허소송 능력(litigation ability)까지 함께 갖춘 변호사를 양성하는 것으로 보았다. 특허소송 능력은 명세서 작성과 분석 능력이 뒷받침돼야 완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애초 의욕은 대단했지만 특성화 교육의 정상화를 가로막는 현실적 장벽들을 넘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요인은 최종 합격률 한정과 소수 입학정원이지만,여기에 지식재산 특성화를 가로막는 또 다른 요인이 있다. 로스쿨에서 제대로 된 특허변호사를 양성하는 것은 법조계는 물론이고 특허청의 협조,여기에 로스쿨과 변리사업계 간 상생적 협조체제가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그런데 이는 전체 국익(國益) 차원에서 보면 매우 중요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소가 닭을 쳐다보듯 서로 서먹한 관계로 지내오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 원인을 찾아보면 그 중심에는 특허침해소송 대리권 문제가 똬리를 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변호사협회는 공동대리를 비롯해 어떤 방식으로든지 변리사의 소송대리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이므로 변호사를 양성 배출하는 로스쿨로서는 어쩔 수 없이 변호사협회와 이해를 같이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자연히 로스쿨의 예비 법조인들을 특허청과 변리업계에서 달가워할 리 없다. 로스쿨에서 지식재산권법을 가르치는 교수들은 난망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 가운데 한편으론 젊은 변리사들이 특허소송대리를 할 수 있는 변호사 자격을 따려고 다시 로스쿨에 진학한다. 변리사가 많이 진학하면 특성화 교육에 도움이 돼야 할 터인데,그렇지 못 한 게 현실이다. 올해부터 학사관리가 엄격해지면서 오히려 특허법 강의 정상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공대 출신 학생들이 관심이 많은 과목임에도 불구하고 학점관리 차원에서 변리사들과 경쟁해 좋은 성적을 내기 어렵다고 판단해 눈치를 보기 때문에 정원을 못 채워 폐강 사태까지 이르는 경우도 있다. 역설적으로 변리사 출신 학생들의 특허법 과목 수강을 제한해야 할 형편인 셈이다. 또 이공대 출신이 정원의 15%에 육박하지만 모의고사에서 정작 지식재산권법을 선택하는 학생은 5%에 그친다. 해법을 찾아야 한다. 최근 특허청이 특허연수원에서 로스쿨 학생들의 실무수습을 시작하면서 관계의 물꼬를 튼 것은 뒤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스럽다. 이제 변리업계도 로스쿨 학생들을 적극 인턴으로 채용해 실무수습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또 변호사업계도 보다 높은 차원에서 변리사에게 공동소송대리권을 인정하는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 공동대리가 가능해지더라도 이중 비용 발생을 우려하는 현명한 법률수요자라면 대리인을 중복 지정하기보다는 전문성을 제대로 갖춘 명실상부한 변호사를 선호하게 될 것이므로 오히려 기존의 유능한 변호사들이 부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로스쿨의 처지에서도 제대로 된 특허변호사를 양성해 배출할 수 있고,젊은 변리사들이 또다시 로스쿨로 진학하려는 욕구를 줄여 지식재산 특성화 교육을 정상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것이 바로 공생발전의 해법이다.
김원오 < 인하대 법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