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금융위기만은 막자" 공감대 확산…'실탄' 규모가 관건

美·유럽 위기극복 공조

유로존 은행에 연말까지 3개월 만기 긴급 대출
글로벌 금융불안 일단 진정…'반짝 효과' 우려도
벼랑 끝으로 내몰린 유럽의 재정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글로벌 공조가 시작됐다. 유럽중앙은행(ECB)이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과 함께 유럽 은행권에 대한 달러 유동성 공급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와 이에 따른 유럽발 2차 금융위기 등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했던 전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감은 다소 수그러들 전망이다.

◆폴란드 회의 앞두고 전격 공조미국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은 유럽발 2차 금융위기만은 막아보자는 공감대 속에 공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각국 재무장관들이 16~17일 그리스 재정위기 대책 마련을 위해 폴란드에서 열리는 회의에 앞서 금융위기 재발 가능성에 대해 사전 의견조율을 거쳤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 12일 장 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는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 "전 세계 통화당국은 은행들이 유동성을 요구하면 이를 공급해 줄 준비가 돼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까지 가세한 국제 공조는 최근 일부 유럽은행들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등 금융위기가 유럽 전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인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높아지자 'PIGS(포르투갈 아일랜드 ·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등 재정불량국 국채를 대량 보유하고 있는 유럽은행들은 달러 유동성 고갈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미 유럽은행 두 곳은 ECB로부터 5억7500만달러를 지원받았다. 독일정부는 그리스의 디폴트를 전제로 은행을 대상으로 '디폴트 리허설'을 시작했고, BNP파리바등 프랑스 은행들은 자본확충 등 디폴트 대응 모드에 들어가기도 했다.

◆전 세계 금융시장, 한숨 돌리나이번 조치 발표로 유럽발 악재에 연일 롤러코스터를 탔던 전 세계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5일(미국 현지시간) 다우지수는 상승세로 출발하며 글로벌 공조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30 지수도 2.9% 올랐다. 유럽 프랑스 대형 은행들의 주가도 급등했다. 프랑스 주식시장에서 BNP파리바 주가는 장중 한때 18% 올랐다. 소시에테제네랄과 크레디아그리콜 주가도 각각 10% 상승했다.

피터 부크바르 밀러타박 자산전략가는 "이번 조치는 유럽 은행들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유럽 은행들을 그리스 재정위기의 영향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도록 해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이클 멀러니 피듀셔리트러스트 펀드매니저는 "이번 조치로 유럽의 위기가 누그러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공조가 단기 일회성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미 막대한 재정적자에 노출돼 있는 국가의 중앙은행들이 유동성을 공급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정도의 '실탄'이 공급되지 않을 경우 이번 공조가 '반짝 효과'에 그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