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화폐개혁 실패로 '장마당'서 생필품 사라져"

對北잡지 '임진강' 최진이 편집장
"2009년 말 화폐개혁으로 북한의 장마당(시장)에 마약,불순 녹화물이 넘쳐납니다. 시장경제의 싹을 제대로 틔우기도 전에 시장이 왜곡돼버린 거죠."

격 월간 대북잡지 '임진강'의 최진이 편집장(52 · 사진)은 15일 기자와 만나 "화폐개혁으로 타격받은 북한 시장이 아직 회복되지 못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최 편집장은 평양에서 태어나 조선작가동맹 중앙위원회에서 활동한 인텔리 시인이었다. 끔찍한 굶주림과 시는커녕 목숨을 부지하기조차 힘든 현실에 시달리자 1998년 탈북했다. 남한에서 배운 사회학과 여성학은 그에게 북한 사회를 읽는 눈을 뜨게 해줬다. "북한에는 사회학이라는 게 없습니다. 주민들이 자기 사회를 객관적으로 보는 시각이 없으니 문제를 인식할 수가 없죠.3대 세습이 버젓이 자행되고 구조적 식량난에 시달리면서 북한 사회가 유지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

그가 '북한 시스템을 제대로 분석해 보자'는 생각에 시작한 것이 최초의 대북 잡지 '임진강'이었다. 북 · 중 국경지대에서 취합한 북한 내부 소식을 녹여 다시 북한으로 보내는 것이다. '잡지가 잘될까'하는 주위의 우려 속에 2007년 10월 창간호를 냈다. 다음달 13호 출간을 앞두고 있다. 북한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임진강은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북한 내부에 대한 단편적 증언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측면의 날카로운 분석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최 편집장은 "화폐개혁 전에는 장마당에서 식량을 비롯해 가구,의류 등 생필품이 거래돼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였지만 지금은 당장 돈을 만질 수 있는 마약,불법 동영상,식량 정도만 거래되면서 먹고살기가 더 힘들어졌다는 불평이 나온다"고 말했다. 민심이 요동치자 당국은 환수한 재산을 일부 돌려주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환수금액의 100 대 1 비율로 돌려주는 데 그쳐 주민들 사이에서는 "집 한 채 가져가 쌀 한 가마니를 돌려주는 꼴"이라는 비아냥이 나온다고 최 편집장은 전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