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입찰價 따로ㆍ인수價 따로…"입찰 뒤 주가 뛰면 더 내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하이닉스 매각 '신주가격 산정' 논란

채권단 "19일 최종 확정"
본입찰 3주 뒤 신주가격 산정…구주가격과 연동 방안도 추진

SK·STX "수천억 늘 수도"
통상적 M&A 상식에 어긋나…채권단 강행 땐 입찰 포기 검토

하이닉스반도체 채권단(주주협의회)이 본입찰 3주 후에 신주 발행 가격을 산정,최종 인수가격을 정하는 방침을 추진하고 있다. 구주 매각 가격을 신주에 연동시키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인수 후보기업인 SK텔레콤과 ㈜STX는 응찰가격보다 실제 인수가가 수천억원 이상 늘어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채권단과 후보기업 간 갈등이 반복되면서 하이닉스 매각이 더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본입찰 3주 후 신주가격 산정15일 업계에 따르면 채권단은 내달 24일 예정된 하이닉스 본입찰에 참여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구주 매각 및 신주 발행 주식에 각각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한 전체 인수가격을 받아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 하지만 실제 최종 인수가격은 본입찰 3주 뒤 SPA(주식매매계약) 체결시 결정키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본입찰 시 인수 후보기업이 써낸 신주 발행 가격이 3주 후 주가보다 높을 경우엔 그대로 응찰가격을 최종 인수가격으로 정하는 대신,실제 주가보다 낮을 경우엔 시가로 신주 발행 가격을 다시 계산한다는 방침이다.

또 본입찰 후 주가가 올라 신주 발행 가격이 높아지면,구주 가격도 함께 신주에 연동시키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본입찰 이후 하이닉스 주가가 오르면 신주 발행뿐만 아니라 구주 매각 지분 가격까지 더 올려 받겠다는 얘기다.

채권단은 오는 19일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매각 방침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본입찰 3주 후에 하이닉스가 이사회를 열어 유상증자를 결의해야 하는 일정을 감안한 것"이라며 "본입찰 때의 하이닉스 주가와 이사회 결의 당시의 주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주주들과의 형평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 최종 인수가격을 나중에 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주 매각 가격이 신주 발행 가격보다 낮으면 안된다는 게 채권단의 방침"이라며 "우선협상대상자가 결정되면 구주에 대한 가격 조정이 이뤄지기 때문에 미리 가격조정 폭을 남겨두기 위해 구주 가격을 신주와 연동시키기로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채권단은 신주 발행과 채권단이 보유한 구주 지분 매각비율을 14 대 6으로 고정하기로 했다.

◆"실제 인수가격 수천억원 늘어날 수도"채권단의 이 같은 방침에 SK와 STX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본입찰 3주 뒤의 시가를 기반으로 최종 인수가격을 다시 산정하면,주가가 과도하게 오를 경우 본입찰 시 응찰가격과 최종 인수가격 차이가 크게 벌어질 수 있어서다.

예를 들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기업이 신 · 구주를 합쳐 하이닉스 지분 20%를 3조원에 인수키로 했을 경우,3주 후 주가가 20% 상승한다고 가정하면 약 6000억원을 더 내야 한다. 그동안 국내 M&A(인수 · 합병) 시장에선 통상적으로 본입찰 때 적어낸 응찰가격을 최종 인수가격으로 인정해온 것에 비춰볼 때,이 같은 방안은 리스크가 훨씬 크다는 게 인수 후보기업들의 설명이다.

SK와 STX는 본입찰 때 미리 신주 발행 가격을 정하거나,가격 결정 시기를 최대한 앞당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후보기업 관계자는 "신주 발행과정에서 시가를 반영하려는 채권단 측의 뜻은 이해하지만,3주 이후의 주가를 기준으로 신주 가격을 산정하면 그동안의 가격 상승 리스크를 기업들만 고스란히 져야 한다"며 "결국 정확한 최종 인수가격을 모른 채 본입찰에 응하라는 얘기밖에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구주 매각 가격을 신주에 연동한다는 발상은 채권단의 이익 극대화만을 염두에 둔 것으로,통상적인 M&A 관행과도 어긋나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구주 가격이 높아지면 하이닉스 채권단 중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한 외환은행 최대주주인 론스타만 배불리는 꼴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후보기업의 또 다른 관계자는 "채권단이 과연 이번에 하이닉스를 매각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채권단이 계속 매각 기준을 흔들고 혼란을 부추길 경우,본입찰 참여를 포기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최종 가이드라인을 정한 후 21일 SK와 STX에 입찰안내서를 발송할 예정이다. 내달 24일 본입찰을 거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뒤 11월 중 SPA를 체결할 방침이다.

장창민/안대규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