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덫'에 갇혔던 줄기세포사업 탄력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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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치료제 허가 간소화정부가 자가줄기세포 치료제 허가 규정을 완화하기로 한 것은 '황우석 사태' 이후 답보상태에 있던 국내 줄기세포 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결단으로 해석된다.
에프씨비, 품목허가 통과…메디포스트 등 잇단 신청
"규제 완화는 세계적 추세"…부작용 땐 타격 입을 수도
안전성 · 효율성이 비교적 입증된 줄기세포 치료제에 대한 시판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얘기다. 16일 예정된 청와대 회의에서 보건복지부 교육과학기술부 등은 줄기세포 업계에 대한 연구 · 개발(R&D) 자금 우선지원 방안을 보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줄기세포 치료제 어디까지 왔나
성체줄기세포는 모든 조직으로 분화 가능한 배아줄기세포보다 분화능력은 떨어지지만 윤리적 논란에서 자유롭고,특정 조건에서 여러 신체 조직세포로 분화가 가능하다.
국내 성체줄기세포 치료제 개발능력은 미국 등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현재 신약 품목허가 심사를 가장 먼저 통과한 것은 에프씨비파미셀의 성체줄기세포 유래 심근경색 치료제인 '하티셀그램-AMI'다. 이 약이 시판되면 세계 최초의 성체줄기세포 치료제가 된다. 또 메디포스트는 최근 제대혈에서 유래한 관절연골 재생용 줄기세포 치료제 '카티스템'에 대한 신약 품목 허가를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신청했다.
식약청은 또 자가줄기세포치료제의 경우 대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 3상 실시'를 조건으로 신약 우선(잠정) 허가를 내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 경우 줄기세포 신약에 관한 특허 등 글로벌 경쟁력을 국내 제약사들이 미리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줄기세포치료제는 일반 화학의약품과 제조 · 시술방식이 전혀 다른 차세대 바이오의약품이지만 현재 분류체계가 따로 없다. 따라서 개발과정에서 전임상→임상 신청→임상 1 · 2 · 3상→신약 승인 등 최소 5~10년 걸리는 절차를 그대로 밟아야만 했다.
◆규제 완화 득실
업계는 규제 완화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진희경 알앤엘바이오 이사는 "일부 국가는 임상을 마치지 않았더라도 환자 본인과 의사의 동의가 있으면 시술을 가능케 하는 등 규제를 완화하는 쪽으로 가는 게 세계적 추세"라며 "제품이 빠르게 상용화되면 수출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가줄기세포 치료제의 경우 희귀 · 난치성 질환자들이 면역거부반응 없이 맞춤형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점도 규제완화의 배경이다.
다만 우려의 의견도 만만찮다. 오원일 메디포스트 연구소장은 "선진국들도 아직 규제를 크게 완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절차를 생략하고 제품을 빠르게 내놨다가 부작용 사례가 보고되면 업계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줄기세포 치료제 임상 과정을 간소화해야 한다는 약사법 개정안도 앞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상정됐으나 안전성 · 유효성 논란으로 유보된 상태다.
신약허가에 관한 틀을 유지하는 선에서 식약청이 자체적으로 바꿀 수 있는 약사법 시행규칙 간소화를 통해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 자가줄기세포환자 자신의 몸에서 유래한 줄기세포를 뜻한다. 자가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제는 면역 거부반응 등이 적어 안전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해성/정소람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