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백나무 숲에는 '名醫'가 산다

전남 장성 축령산

개인이 30년 걸쳐 사재로 조성…편백 수백만 그루 '치유의 숲'
피톤치드 함유량 가장 높아 숲길 걷기만 해도 심신 회복
쭉쭉 뻗은 나무를 보면 '잘생겼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밑동에서부터 하늘을 향해 일직선으로 뻗어 오른 자태에 가슴속이 후련해진다. 경북 울진에서 강원도 고성에 이르는 동해안 일대의 금강송 군락,오대산 월정사의 전나무숲,담양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등에 사람들이 감탄하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잘생긴 나무 대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편백나무와 잣나무다. 산은 대개 그 형세로 이름을 내지만 때론 숲이 산의 명성을 더하기도 한다. 같은 이름의 경기도 남양주 · 가평의 축령산은 잣나무,전남 장성 축령산은 편백숲으로 이름이 났다. 두 곳 모두 치유의 숲으로 각광받고 있다. 장성 축령산으로 편백을 만나러 떠났다. ◆조림왕 임종국 선생을 아시나요

장성군 서삼면과 북일면에 걸쳐 있는 축령산(620.5m)의 옛 이름은 취령산(鷲靈山).문수산이라고도 불렀다. 이름으로 봐선 불교적 색채가 짙다. 취령산은 석가모니가 설법했던 영취산,문수산은 지혜의 보살인 문수보살에서 따왔으리라.그다지 높지도,크지도 않은 이 산이 유명해진 것은 명물이자 명품인 편백나무숲 덕분이다. 40~50년생 편백과 삼나무,해송 등 늘푸른 상록수림대 1148㏊가 울창하게 조성돼 별천지를 연출한다.

이 가운데 핵심인 편백숲은 한국의 조림왕으로 불리는 춘원 임종국 선생(1915~1987)이 1956년부터 1987년까지 사재를 털어 가꾼 것이다. 그는 온갖 어려움을 무릅쓰고 서삼면 모암리 일대의 축령산 자락에 253만여그루의 나무를 심어 울창한 편백숲을 만들었다. 가뭄이 극심했던 1968~1969년에는 물지게로 물을 져 날라 나무를 살렸다고 하니 오늘의 이 멋진 숲,나무 한 그루마다 그의 땀과 노고가 배어 있다. 축령산 편백숲의 천연림은 75㏊,인공림은 183㏊로 인공림이 70% 이상 차지해 인공림 조성의 드문 성공 사례로 손꼽힌다. ◆잘생긴 편백나무들의 향연

축령산 편백숲으로 가는 길은 여럿이다. 추암마을,모암 · 대덕 산촌생태마을,금곡영화마을,매남마을 등에서 올라갈 수 있는데 추암마을 쪽으로 길을 잡았다. 추암마을 주차장에 차를 대고 콘크리트로 포장된 편백숲의 중심도로에 접어들자 곧바로 잘생긴 편백들이 자태를 자랑한다. 30분쯤 올라가니 추암마을과 임종국 기념비,대덕마을의 갈림길이 나오고 여기서 숲내음 숲길로 접어든다.

편백숲에는 하늘숲길,산소숲길,숲내음숲길,건강숲길,편백칩 로드,습지데크 등 테마별 치유숲길 10.2㎞가 조성돼 있다. 포장도로에서 편백칩로드로 들어서면서 2.2㎞의 숲내음숲길이 시작된다. 편백칩 로드는 간벌한 편백을 잘게 잘라 깔아놓은 길.은은한 편백의 향기만으로도 기운이 솟는 듯하다. 숲길 곳곳에는 명상쉼터와 통나무의자,야외데크 등이 설치돼 있어 쉬어 가기에 좋다. ◆피톤치드의 치유 효과 탁월

편백숲은 평일인데도 방문객이 끊이지 않는다. 축령산에 오르는 등반객 외에도 편백이 내뿜는 피톤치드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려는 사람들이다. 침엽수는 기본적으로 피톤치드를 많이 함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편백의 피톤치드는 그중에서도 최고다. 삼나무의 피톤치드 함유량이 겨울에 100g당 3.6㎖,여름엔 4.0㎖인 데 비해 편백은 겨울 5.0㎖,여름 5.5㎖로 월등하다.

그래서 축령산 치유의 숲을 찾는 인구는 해마다 늘고 있다. 지난해 방문객이 전년의 두 배인 7만명에 달했고 올해는 10만명을 넘을 것으로 서부지방산림청은 예상하고 있다. 피톤치드가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코르티솔 호르몬을 줄이고 장과 심폐 기능을 강화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아토피,천식환자는 물론 암환자들의 요양지로도 인기가 높다.
◆ 여행팁

피톤치드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가장 많이 발생한다. 기온이 상승하면서 피톤치드 방출량이 최대치에 이른다는 것.숲길 곳곳에서 풍기는 편백향과 함께 피톤치드 샤워를 해보자.편백숲 안에 있는 산림치유센터에는 산림치유지도사 2명이 상주하면서 편백숲의 치유 효과를 설명하고 혈압,스트레스지수 측정,편백 치유 프로그램 체험 등을 도와준다.

숲해설사(061-470-5344)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축령산 둘레길(19㎞)을 걷는 하루 코스,모암 · 추암 · 대곡 · 금곡마을을 마을별로 걷는 4시간 이내의 한나절 코스 중 골라 걸으면 된다. 북일면 문암리의 금곡영화마을은 장성 출신인 임권택 감독이 영화 '태백산맥'을 찍은 곳.이곳 민박집에서 하룻밤 묵어도 좋다. 황룡면 아곡리의 홍길동 테마파크,삼계면 수옥리의 장미공원도 볼 만하다.

장성=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