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심기의 월요전망대] '9월 징크스' 넘길까…환율 움직임 '촉각'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 경제는 '9월 징크스'를 겪고 있다. 2008년 9월에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을 패닉으로 몰아넣었고,2009년에는 우리나라 단기외채 상환이 집중되면서 9월 위기설을 불러일으켰다. 추석연휴라는 계절적 특수성도 물가와 산업활동 등 실물 경기에 변수로 작용하면서 정부당국을 괴롭혔다.

올해도 9월 들어 유럽 재정위기가 증폭되면서 외환시장을 불안에 떨게 만들고 있다. 추석연휴가 끝난 지난주 3일 동안 환율은 35원 이상 폭등했다. 외환당국이 지난해 4월 이후 처음으로 15일 구두개입에 나섰지만 상승세를 꺾지 못했다. 이번주 역시 환율이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에 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변수는 외국인 자금의 국내 이탈 여부다. 유럽 재정위기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되느냐에 따라 환율이 널뛰기 현상을 보일 것으로 보여 당국의 고민이 깊다.

시장의 관심은 자연스레 오는 22일부터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와 국제통화기금(IMF) · 세계은행(WB) 연차총회로 향하고 있다. 이번 회의를 계기로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국제 공조가 이뤄질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IMF가 한국 등 신흥국과 브릭스(BRICs)에 요청한 유로존 지원이 어떻게 결론날지가 관심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도 워싱턴을 방문,국제공조 방안을 협의한다. 박 장관은 미국 중국 프랑스 재무장관과 개별회담을 갖는 한편 S&P와 무디스 등 국제신용평가사 고위 관계자들과도 만난다.

이번주 발표되는 경제지표 중에서는 21일 통계청이 발표하는 8월 고용동향이 가장 중요하다. 고용동향은 매달 초 발표하는 수출입동향,산업생산과 더불어 실물경기를 진단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다. 7월 고용은 전년 동월 대비 33만5000명이 늘면서 10개월 연속 증가세를 유지했다. 8월 고용이 호조세를 이어간다면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수그러들겠지만 반대로 나오면 실물경기 침체에 대한 불안감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고용은 경기에 후행한다. 8월 무역수지 흑자가 8억달러로 급감하면서 수출에 빨간 불이 켜진 데다 8월 소비자물가도 5.3%로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취업자 수가 올 들어 매월 전년 동월 대비 30만명 이상 증가세를 유지하면서 실물지표 중 유일하게 선방해왔지만 호조세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번주 국정감사와 더불어 경제부처와 금융당국 수장들의 발언내용과 수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9일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를 시작으로 20일 금융위원회,23일 금융감독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가 예정돼 있다. 18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인 데다 내년도 총선을 앞두고 있어 그 어느 해보다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재정부 국정감사에서는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 일본의 국가신용등급 하락 등으로 인한 재정건전성 문제가 집중 거론될 전망이다. 특히 이달 말 내년도 예산안의 국회 제출을 앞두고 무상복지 논란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법인세와 소득세 최고구간에 대한 감세 중단과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과세방침의 위헌을 둘러싼 논란도 불가피하다. 금융위와 금감원 감사에서는 저축은행 사태가 최대 이슈다. 18일 부실저축은행에 대한 영업정지 결정이 내려진 직후에 열리는 만큼 금융당국의 감독부실에 대한 질타와 함께 예금자 보호,대주주 적격성심사 강화 방안이 집중 제기될 전망이다. 우리금융지주의 민영화 무산과 최근 잇따른 금융전산망 해킹사고도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심기 경제부 차장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