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 IPO' 깐깐해진다

주관사가 매출발생 확인…한국인 이사 의무화는 제외
9월 중 개정안 발표
외국 기업의 국내 증시 상장을 주관하는 증권사들은 해당 기업의 매출이 실제 발생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내부회계관리제가 제대로 돼 있는지도 검토해야 하는 등 외국 기업의 국내 증시 상장 요건이 까다로워진다.

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이르면 이달 중 주관사의 외국 기업 실사를 강화하는 내용의 외국 기업 상장 규정 개정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일부 강화된 내용은 이미 외국 기업의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는 증권사에 전달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주관사들은 우선 외국 기업을 실사할 때 해당 기업의 거래처 등을 직접 방문해 매출이 실제로 발생하는지,매출 채권은 제대로 회수되고 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이와 함께 해당 기업의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검토 의견도 작성해야 한다. 내부회계관리제도는 기업회계기준에 따라 작성 · 공시되는 회계정보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기업 내부에 설치하는 회계 통제 시스템을 말한다. 이에 대한 의견은 감사인(회계법인)이 감사보고서에 기재하도록 돼 있다. 국내 비상장 기업은 매출 1000억원 이상인 경우에 작성하지만 거래소는 국내 상장을 추진 중인 외국 기업에 대해선 매출 규모에 상관없이 모두 작성하도록 할 방침이다.

거래소는 증권신고서 내에 해당 기업의 향후 사업성과 산업 전망 등의 데이터를 담은 별도의 보고서도 첨부하도록 할 계획이다. 외국 기업에 국내 법이나 규정을 직접 적용하기 어렵다보니 IPO 업무를 맡은 국내 주관사들을 통해 규제하겠다는 의미다. 거래소는 그러나 당초 규제안에 포함시킬 예정이었던 '최소 실사 일수 의무화' 방안은 제외하는 쪽으로 결론을 냈다. 외국 기업에 대해서는 6개월이나 1년 등 특정 기간 이상 실사를 하도록 하는 내용을 넣으려고 했지만 기업들에 일괄 적용하기에는 무리라는 지적이 나오고 증권사들도 지나친 규제라며 반발하자 결국 제외하기로 했다. '해당 기업에 한국인이나 한국 교포 사외이사를 두도록 하는 방안'도 최근까지 논의되다가 백지화됐다.

거래소 관계자는 "의사소통 원활화가 취지였지만 실제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거래소가 외국 기업 상장 요건을 강화하기로 한 것은 지난 3월 불거진 중국고섬공고유한공사의 회계 불투명성 문제가 장기화되면서 외국 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폴리에스터 섬유 생산업체인 중국고섬은 1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됐지만 불과 2개월도 안 돼 기업회계 문제가 불거졌다. 3월 싱가포르증권거래소의 원주 거래가 정지되면서 한국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예탁증서도 6개월째 거래가 중단된 상태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