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CEO들도 사원증 찍고 들어오세요"

인사이드 Story - 삼성 서초사옥 보안 강화

권위의식 버리고 '열외 없이' 직원들과 똑같이
"출입문이 왜 안 열리죠?"

삼성그룹 계열사 A사장은 19일 아침 서울 서초동 삼성본관 보안 검색대 앞에 멈춰섰다. 여느 때 같으면 자동으로 열릴 문이 미동도 하지 않아서다. 그는 보안담당 직원을 잠시 바라봤다. "왜 문이 안 열리지요"라고 묻는 듯했다. 보안 직원은 조심스레 "오늘부터 사장님께서도 사원증을 찍으셔야 합니다"라고 답했다. 잠시 난감한 표정을 짓던 A사장은 "깜빡하고 사원증을 안 가져왔는데 내일부터 챙길게요"라고 양해를 구한 뒤 들어갈 수 있었다.

삼성그룹 사장단에 '사원증 지참령'이 떨어졌다. 계열사 사장단뿐 아니라 그룹 부회장까지 일반 직원들처럼 사원증을 찍어야만 보안 검색대를 통과할 수 있도록 했다.

보안 업무를 맡고 있는 삼성에스원 직원들은 그동안 최고경영자(CEO)들이 출입할 때는 리모컨을 조작해 검색대 문을 열어줬다. 이건희 회장이나 삼성전자 이윤우 부회장,최지성 부회장 등은 출퇴근 때 검색대 옆 별도 유리문을 이용했다. 이날 서초사옥 검색대 앞에선 직원급 출근길을 처음 경험한 사장들로 여러 진풍경이 연출됐다. 어떤 CEO는 비서가 내려와 사원증을 대신 대준 뒤에야 검색대를 통과했다. 다른 CEO는 여기저기 주머니를 뒤진 후에야 출입 카드를 찾아냈다.

달라진 절차를 어색해 하는 CEO들도 적지 않았다. 한 CEO는 사원증을 어디다 대야 하는지 몰라 난처해 하다 직원에게 도움을 청했다. 몇몇 CEO들은 보안 검색대 직원이나 출근길인 다른 직원에게 "카드 한 번 찍어달라"며 부탁하기도 했다.

한 삼성 계열사 CEO는 "다른 날처럼 건물 입구에서 보안 요원들이 차문을 열어줘 검색대도 그냥 통과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아침부터 진땀을 뺐다"고 웃었다. 삼성 관계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든 사원증을 찍어야 검색대를 통과하는 게 원칙이지만 그동안 관행적으로 보안 요원들이 CEO들에겐 편의를 제공했다"며 "기본을 지킨다는 취지에서 예외를 바로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최 부회장이 사옥 출입 때부터 CEO들이 기본과 원칙을 지키자는 제안을 했고 사장단이 흔쾌히 받아들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시행 시점에 약간의 혼선이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직원들 사이에선 이날 CEO들의 사옥 출입 풍경을 놓고 삼성의 또 다른 변화를 실감하게 됐다는 반응이 나왔다. 한 직원은 "CEO들이 작은 불편을 겪었지만 기본을 지키는 일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했다.

이 회장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은 이미 출퇴근 때마다 검색대에 사원증을 갖다대고 사옥을 출입해 왔다. 엘리베이터를 미리 대기시키지 않고 기다렸다가 직원들과 함께 일반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다. 삼성타운 주변에서 각종 집회가 늘어나자 보안검색을 한층 강화했다는 관측도 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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