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중국 바라보기

요즘 서울 명동거리에 나가 보면 우리말보다 중국어가 귀에 더 많이 들어온다. 영리한 우리 상인들의 어설픈 중국어 발음도 뒤섞여 있다. 지난주에는 중국 모 회사의 만 명이 넘는 사원 전부가 제주도에 단체관광을 나왔다. 제주도의 '높으신 나으리들'이 총출동해 영접에 나섰단다. 이렇게 가다간 면세점이나 카지노는 말할 것도 없고,중국의 부자 남성들이 서울 강남의 고급 유흥가를 접수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관광업계를 비롯해 유관업계에는 참으로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런 광경을 바라보는 우리네 같은 일반인은 뭔가 불편한 심사가 드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일종의 시샘이라고나 할까. 하루가 멀다 하고 매스컴을 장식하는 중국의 발전상은 놀라움을 넘어 우리에게 일종의 열패감 또는 불안감을 주고 있다. 오래전부터 중국을 다녀서 개방 초기인 20여년 전 모습을 기억하는 이들은 더할 것이다. "올 것이 오고야 마는구나" 하는 느낌.사실 한국인들도 그간 중국에 이런저런 일로 찾아가서는 많이 거들먹거렸다. 알량한 달러 몇 푼 들고 가 제집인 양 떠드는 짓을 일삼았다. 기업은 유행처럼 중국에 진출한다며 턱을 쳐들고 베이징,상하이 거리를 누볐다. 그때 우리 한국인을 보는 중국인의 심사도 많이 불편했을 것이다. 달러가 급하니 겉으로 드러내진 못해도 '조그만 나라에서 돈좀 벌었다고 까분다'는 생각을 하며….

내년이면 한 · 중 정식 수교 20년이다. 우리는 중국의 부상에 따른 경제적 과실을 누리고 있다. 양국 국민의 교류는 곧 연간 1000만명 수준으로 늘어나게 된다. 오래전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우리의 최대 수출시장이 됐다. 그런데 우리와 중국인들은 서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소박하게 표현하면 "서로 째려보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그러나 그렇게 노려보고 있어서는 어느 쪽에도 이득이 되지 않는다. 우리가 먼저 나서 중국을 철저히 공부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 이미 한국 경제의 운명은 중국과 함께하게 돼버렸기 때문이다.

지금은 중국에서 생활해본 이도 많고 일반인 간 교류상황도 많이 나아졌지만 십여년 전만 해도 월간지나 주간지들이 중국에 관한 어설픈 르포나 가십기사를 특집이란 이름을 붙여 경쟁적으로 쏟아냈다. 어느 회사의 월요일 아침 임원회의는 주말에 그 기사를 읽어본 사장님의 '중국학' 강의시간이 되곤 했다. 하지만 다들 똑같이 모르는 터라 사람들은 그를 '중국통(中國通)'이라고 불렀다. 요즘도 크게 다르진 않다. 중국 기업에 투자한다면서 해당 기업의 분석보고서를 제대로 읽지 않고 덤벼 낭패를 보는 일이 허다하게 벌어지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냉철한 머리로 철저히 중국을 공부해야 하겠다. 그 지식을 바탕으로 그들 속으로 들어가 따뜻한 가슴으로 소통해야 한다. 째려보고만 있어서는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는다. 뭔가 서먹했던 과거와는 달리 중국을 진정한 파트너로 인정하며 새롭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때다.

한지훈 < 이노패스인터내셔널 대표이사 jhhan@innopathint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