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왕 입맛 잡을 궁중요리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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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Story - 신라호텔 '특별 한식' 준비한 사연지난 20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영빈관 주방은 오전부터 분주했다. 호텔 소속 한식전문 주방장 8명이 전국에서 공수해 온 최고급 쇠고기와 전복 등 최상의 재료를 이용해 신선로를 비롯한 궁중한식요리 만들기에 공을 들였다. "세계 각지에서 한국을 찾은 선사 최고경영자(CEO)들을 위해 특별히 더 신경을 써달라"는 한진해운 등 주최 측의 특별 주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박스클럽' 서울회의 만찬에 주방장 8명 출동
현정은·최은영 회장, 한국풍 연회 각별히 주문
이날 신라호텔에서는 세계 정기 컨테이너 선사들의 협의체인 '박스클럽' 회의를 앞두고 세계 주요 해운사 CEO를 환영하는 만찬행사가 열렸다. 박스클럽은 컨테이너 상자라는 뜻으로 국내에서는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회원사로 가입돼 있다. 철저한 멤버십으로 운영되며 매년 두 차례씩 세계 각지에서 회의를 열어 회원사 간 친목을 다지고 현안을 논의한다. 한국에서 박스클럽 회의가 열리는 것은 1999년 이후 두 번째다.
만찬행사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이 공동 주관했다. 세계 1위 해운선사인 덴마크 머스크사의 아이빈트 콜딩 회장을 비롯해 싱가포르 NOL그룹의 론 위도우즈 회장을 비롯해 CMA-CGM 코스코 NYK 등 글로벌 해운선사 CEO 20여명이 참석했다.
척당 수억달러에 이르는 대형 선박을 발주하는 선주들은 세계 각국 조선사들로부터 최고의 대접을 받는 일이 잦다. 음식에 대한 평가도 까다롭다. 주최 측이 호텔과 메뉴 선정에 각별히 신경을 쓴 이유다. 세계 최고 갑부로 꼽히는 선주들의 모임은 대부분 베일에 싸인 채 열린다. 글로벌 선주 모임에 참석한 적이 있다는 국내 해운사 고위 관계자는 "섬을 통째로 빌리거나 초대형 요트를 띄워놓고 선상 파티를 하는 일이 잦다"며 "골프보다는 사냥 승마 등을 선호한다"고 전했다.
12년 만에 한국에서 열린 박스클럽 회의 만찬 메뉴로 한식을 낙점한 것은 한국 조선산업이 세계 최강인 점도 한몫했다. 선주들이 한국 조선사에 선박을 발주하고 명명식,인도식 등에 참석하면서 익숙해진 한식을 선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라호텔 한식요리는 일반 · 퓨전 · 궁중으로 나뉜다. 그 가운데 궁중연회를 떠올리게 하는 궁중한식은 VVIP고객을 위한 고품격 음식으로 꼽힌다. 외국인 VIP의 방한 때 한식 만찬을 종종 준비한다. 신라호텔 영빈관은 서울에 있는 유일한 한옥 연회장으로,한국적인 느낌을 살리기 위해 주최 측에서 특별히 골랐다는 후문이다.
만찬에서는 궁중한식과 더불어 연주곡으로 가곡 '그리운 금강산'이 연주되는 등 한국적 색채가 강했다. 분위기는 시종 화기애애했으며 '원더풀'이라는 찬사가 끊이지 않았다.
두 회장은 이날 환영사를 통해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현 회장은 "박스(컨테이너)는 세상을 변화시켜왔고 지금도 변화시키고 있다"며 "지금까지 박스가 세계 경제 발전에 기여해왔다면 이제부터는 박스 하나하나에 희망을 담아 세계 곳곳에 행복을 전하는 메신저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내년에는 컨테이너 시황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업계의 희망을 대변했다. 해운업계는 미국,유럽,중국 등 주요 시장에 먹구름이 끼면서 컨테이너 운임이 떨어지는 등 고전하고 있다.
21일 오전에 열린 비공개 회의에는 멤버로 등록돼 있는 김영민 한진해운 사장과 이석희 현대상선 사장이 참석했다. 글로벌 경제위기,해적퇴치 문제 등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