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기업은 나가라는 동반성장이 시작됐다

마침내 동반성장위원회가 대기업을 퇴출하기 시작했다. 첫 희생자는 LG생활건강으로, 고체 세탁비누 사업에서 손을 떼게 됐다. LG그룹에서 분리 독립한 지 11년이나 된 아워홈이란 기업도 순대와 청국장 사업을 포기할 것이라고 한다. 동반성장위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지정하면서 법에도 없는 사업이양 권고라는 기묘한 방식을 빌려 이들을 시장에서 밀어낸 결과다. 말로야 민간 자율합의라지만 인위적인 기업 퇴출이요, 구시대적인 산업 구조조정에 다름아닌 것이다.

동반성장위가 오는 27일께 1차로 30개 안팎의 중기 적합업종을 발표하면 의도가 더욱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여기에는 막걸리 두부 금형 같은 업종이 포함될 가능성이 짙다고 한다. 동반성장위가 벌써부터 일부 업종에 대해 대기업과 중기 간 협의체를 만들어 합의를 종용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9 · 29 동반성장 대책 1주년에 맞춘 기획 이벤트이니 어떻게든 성과를 내보려는 심정임이 분명하다. 이러니 희생양으로 거론되는 대기업들로선 속이 타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런 사업은 해도 되고 저런 사업은 안된다는 허가를 받는 것과 다를 게 없는 꼴이니 참으로 기가 찰 일이다. 게다가 동반성장위는 중기적합업종과 품목에 대해 지속 관찰, 진입 자제, 확장 자제, 사업 이양이란 4단계 규제를 적용해 계속 업종과 품목을 심사하겠다고 한다. 대기업을 감시하겠다는 뜻이다. 이렇게 제멋대로이니 어떤 마술을 부릴지 알 길이 없다. LG생활건강은 300억원짜리 세탁비누 시장에서 15억원의 매출로 시장점유율이 3위에 그치는데도 대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번에 퇴출됐다. 아워홈 역시 매출이 1억원밖에 안된다. 이런 식의 잣대라면 현재 점유율이 1,2위인 대기업은 영원히 공포에 떨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는 동반성장위의 업종 금긋기가 안되는 것을 하려는 억지에 불과하다는 점을 그동안 수 차례 지적해왔다. 이는 중기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는 보장이 없다. 이런 식이라면 중기는아무리 잘나가더라도 사업을 분할해 중기 자격을 유지하는 게 나을 것이다. 더 크지 말아야 한다는 기막힌 모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