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장 재미보자…ETF '북적북적'

거래량 4배 급증…설정액도 증가
증거금 필요없어 투자자 몰려…일부 ETF 쏠림현상은 '한계'
주식시장이 방향성 없는 박스권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지수 움직임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거래량이 급증하고 있다. 적은 비용으로 단기간 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ETF를 통한 투기적 매매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월 한 달 누적 4억여주에 그쳤던 ETF 거래량은 지난달 16억5413만주(하루 평균 7만191주)로 4배 이상 급증했다. 유가증권시장 전체 거래량에서 ETF가 차지하는 비중도 6%에서 14.69%로 뜀박질했다. 이달 ETF 거래량은 11억558만주.하루 평균 거래량이 6만9099주로 전달보다 줄었지만 거래비중은 17.11%로 뛰었다.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종목 대응이 힘들어지자 투자자들이 손쉽게 지수 흐름을 따라갈 수 있는 ETF로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보나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선물 등 파생상품으로 헤지하기 힘든 투자자문사와 개인 투자자들이 손실 방어와 수익률 확대를 목적으로 ETF 거래를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ETF는 선물 · 옵션과 달리 증거금이 필요없고,주식계좌로 거래가 가능한데다 가격도 싸 상대적으로 매매가 용이하다. 김영일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코스피지수와 동일하게 움직인다는 점에서는 인덱스펀드와 같지만 타이밍에 맞춰 직접 거래가 가능하다는 것이 ETF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주식형펀드로의 자금 유입은 이달 들어 눈에 띄게 둔화됐지만 ETF로는 꾸준히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 최근 1주일 새 ETF 설정액은 778억원 증가했다. 주식형펀드 설정액 증가분(5185억원)의 15%에 달하는 규모다. 7월 100개를 돌파한 상장 ETF 수도 102개로 늘었다. 23일에는 유리자산운용이 운용하는 'TREX펀더멘털200ETF'가 추가로 상장될 예정이다. 한 자산운용사 상품전략 담당자는 "증시침체로 자금을 모으기가 힘들어 주식형펀드는 출시를 늦추고 있지만 ETF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거래가 일부 ETF에 집중돼 있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이달 들어 가장 거래가 활발한 ETF는 'KODEX인버스ETF'(5억4923만주)와 'KODEX레버리지ETF'(4억1043만주)로 전체 ETF 거래량의 90% 이상을 차지했다. 인버스ETF는 코스피지수가 하락해야 수익이 나고,레버리지ETF는 코스피지수보다 등락폭이 2배 가까이 크다. 김 연구원은 "인버스ETF는 지수 하락에 대한 헤지가 가능하고,레버리지ETF는 반등 시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한 투자 수단이지만 지금처럼 지수 흐름을 예측하기 힘들 때는 매매 시점을 맞추기 어려워 오히려 손해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