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R의 공포' 변동성 대비해야

[0730]유럽 재정위기 확대 우려와 세계 경기침체(Recession)의 공포가 확산되고 있어 23일 국내 증시는 전날에 이어 변동성이 큰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2일 코스피지수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후폭풍에 2.9% 급락했다. 미국중앙은행(Fed)이 FOMC 회의를 통해 제시한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조치가 경기 우려를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란 실망과 Fed의 부정적인 경제 전망, 미국 및 이탈리아 은행 신용등급 강등 소식이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코스피지수는 2%대 급락해 장을 출발했고 이후 낙폭을 3%대로 확대하면서 1780선까지 밀리기도 했다. 선·현물 가격차인 베이시스가 악화되면서 장 초반부터 프로그램 매물이 출회돼 지수 하락을 부추겼다. 외국인이 하루 만에 ‘팔자’로 돌아서 3011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반면 기관은 11거래일 연속 매수 우위 기조를 이어가며 372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고 개인은 7625억원 매수 우위를 나타내며 저가 매수에 나섰다.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가 연일 급락세를 이어가면서 투자심리는 추가적으로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Fed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실망과 프랑스 최대은행인 BNP파리바 등 유럽 일부 은행에서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상황이 나타나는 등 재정위기 우려가 가중되면서 미국 주요증시가 3% 넘게 폭락했다. 단기국채를 팔고 장기국채를 사들이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조치가 부족하다는 실망이 번졌고, 부진한 중국 제조업지수도 세계 경기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증권업계에선 유럽 재정위기 확대 우려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가 부침을 겪는 구간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임수균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산적한 대외 악재에 대한 부담으로 코스피지수가 다시 한번 박스권 하단을 테스트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며 “다만 대외 악재가 지속될 경우 변동성이 재차 확대될 수는 있지만 코스피지수가 박스권을 추세적으로 하향 이탈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크지 않다”고 밝혔다.

박스권 하단인 1700대 중반은 지난달 급락장이 시작된 이후 4번이나 반등에 성공해 기술적으로 의미가 있는 지지선이란 평가다.임 애널리스트는 “이 같은 지지력에 비춰 1700대 중반에서 1900대 초반의 박스권 흐름을 염두에 둔 전략이 여전히 유효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동환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1개월 내외의 추가적인 기간조정이 나타난 이후 상승 추세로 복귀하는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며 “단기적으로 코스피지수 1750선 이하는 점진적 매수, 1850선 이상은 이익실현의 대응을 추천한다”고 권했다.

기술적 분석상 현재와 유사한 2004년 7월 당시 코스피지수가 3달 남짓 동안 박스권 하단의 지지력을 검증했고, 이후 박스권 하단에서 외국인의 현물 수급 개선이 나타나며 지수 반등이 시작됐다고 전했다.중기적으로는 박스권 하단에서의 외국인 수급 개선 확인 이후 주식을 매수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는 조언이다.


이에 따라 시장 흔들림이 지속되는 국면에서 환율 등의 변수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당부했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환율의 움직임이 심상치가 않은데, 원화 뿐만 아니라 이머징(신흥국) 통화가 전체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며 “문제는 방향이 아니라 기울기인데 최근과 같은 기울기는 시장에 위험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환율의 변동성이 높으면 외국인들은 위험 요인이 커졌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자금 유출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지적이다. 서 애널리스트는 “높은 환율 변동성은 특정 업종에만 국한된 위험이 아니라 시장 전반에 걸쳐 피하기 어려운 ’마켓 리스크‘”라며 “유럽문제가 환율 변동성을 키우고 있는데 환율 안정이 수반돼야 주식시장도 안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