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인물] 李箱 "한 번만 더 날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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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야 다시 돋아라.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

한국 문학의 모더니즘 선구자 이상(李箱 · 본명 김해경)은 소설 《날개》에서 이렇게 썼다. 그는 시대로부터 이해받지 못한 비운의 작가였고 이 상황을 탈출하고 싶어했다. '오감도''건축무한육면각체' 등 그가 남긴 시들은 온갖 수수께끼 같은 말로 넘쳐난다. 이상은 1910년 9월23일 서울에서 활판소 직공의 아들로 태어났다. 101년 전 오늘 그는 세상의 첫 아침을 맞았다. 경성고등공고(현 서울대 공대) 건축과를 수석 졸업한 수재였지만 평생 빈곤에 허덕였다. 졸업 후 첫 직장이었던 조선총독부 건축기사는 4년 만에 그만뒀다. 다방을 수차례 개업했지만 모두 경영난으로 폐업했다. 1936년 작품 활동을 하기 위해 일본 도쿄로 '망명'했지만 일본의 무명 작가들조차 그를 외면했다. 1937년 4월17일,지병이었던 폐결핵이 악화돼 27세 나이에 객지에서 쓸쓸히 타계했다.

그는 1970년대 들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날개' '오감도' 등 작품이 교과서에 실렸고 해마다 100편이 넘는 관련 논문이 발표됐다. 전문가들은 "포스트모더니즘의 요소를 잉태한 모더니즘의 선구자로 한국 문학의 지평을 넓혔다"고 평가하고 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