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초고층 빌딩] 한 단지에 10만명 모여사는 '수직도시' 시대 온다

콤팩트시티는…한공간에 경찰서·마트·놀이터…
교통 비용·환경 에너지 대폭 절감

부르즈칼리파 3만5천명 수용
역삼 1동 전체 인구 해당
세계 최고층 건축물인 '부르즈 칼리파'에는 아파트 900가구와 호텔 · 레지던스 304실,오피스 37개층,상업시설,위락시설 등이 있다. 한꺼번에 3만5000여명이 이 건물 안에서 생활할 수 있다. 현재 서울 역삼1동에 살고 있는 주민이 총 3만5000여명이다. 대지면적 2만2000㎡짜리 초고층 건축물이 강남대로,선릉로,봉은사로,역삼로로 둘러싸여 있는 면적 265만㎡짜리 도시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초고층 빌딩은 작은 도시 역할을 수행한다. 옆이 아닌 위로 뻗은 수직도시다. 이른바 '콤팩트시티(compact city)'다.

◆지속가능한 도시 '콤팩트시티'콤팩트시티는 '지속가능한 도시'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기존 도시는 저층 · 저밀도로 분산돼 있어 건축물이 광범위하게 자연생태계를 침식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건축물 간 거리가 멀어지면서 사람과 물류이동에 에너지를 과도하게 낭비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반면 콤팩트시티는 토지 이용의 효율성을 높인다. 복합 개발을 통해 직주근접이 가능하다. 이동시간을 절감할 수 있고 교통 및 환경비용을 아끼는 효과를 낸다. 랜드마크로서 도시 이미지 제고에 기여한다는 것도 장점이다. 저층 위주의 산재 개발이 아닌 고층의 밀집 개발을 통해 지상에 풍족한 녹지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

최재필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콤팩트시티는 교통 · 환경 · 에너지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 될 것"이라며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초고층 수직도시가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인구 10만명 이상 거주하는 수직도시

높이 828m의 부르즈 칼리파는 초고층 건축물의 시작 단계라고 볼 수도 있다. 공학기술의 발전으로 2015년에는 1000m,2025년에는 2000m,2050년에는 4000m의 건축물을 지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1000m가 넘는 극초고층 수직도시에 대한 구상을 이미 10년 전부터 구체적으로 세워왔다.

이 구상안에 따르면 초고층 건물은 더이상 도시의 일부분이 아니다. 그 자체가 인구 10만명 이상을 수용하는 하나의 수직도시다. 이곳에는 주거공간뿐만 아니라 경찰서,소방서,동사무소 등 관공서가 들어선다. 마트,백화점,놀이터,공원 등 생활편의 시설도 기존 수평 도시와 동일하게 지어진다. ◆초고층 기술은 고부가가치 창출

콤팩트시티를 짓기 위해선 혁신적 건설공법이 필요하다. 새로운 건축 소재 개발,초고속 엘리베이터 기술,신개념의 수직 · 수평 운송수단 개발,에너지 절감을 위한 자연에너지의 활용 기술,에너지 재활용 시스템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 쓰레기 운송처리 시스템,화재 및 테러 방지를 위한 재난 방재 시스템 등도 지속적으로 연구돼야 할 분야다.

최 교수는 "기술적 측면에서 국내 건설사들은 초고층 건축물 시공에 대한 세계적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향후 세계적인 초고층 수직도시 건립 경쟁에서 비교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시공을 제외한 설계 감리 등의 분야에선 세계적 수준에 못 미친다"며 "초고층 건축물은 수백억달러 이상이 들어가는 고부가가치 산업인 만큼 관련 기술력을 키우는 데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