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끊은 지 1년…주말엔 아들 눈치보며 게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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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과 맛있는 만남 - 조영기 CJ E&M 넷마블 대표
퍼블리싱 전문회사에서 자체게임 개발로 해외서 승부…계열사와 콘텐츠 시너지 본격화
'피그말리온 효과'라는 말 좋아해…리더는 '디테일'도 강해야
매 주말이면 게임을 한다. 좋아하던 골프도 끊었다. 벌써 1년이 넘었다. 처음엔 고객 입장에서 관찰하기 위해 게임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그 세계에 빠져들었다. '이것만''이 단계까지만' 하면서 좀처럼 마우스를 놓지 못한다. 그러다 고교 2학년 아들이 불쑥 들어온다. 대개 학원에서 돌아오는 길이다. 여지없이 아내의 핀잔이 날아온다. "당신,또 약속을 어겼어요. " 계면쩍은 표정으로 마우스를 놓는다. 아들도 게임을 좋아한다. 하지만 대학 진학 때까지는 최대한 자제하기로 서로 약속했다. 전제 조건이 하나 있었다. 게임은 아들이 집에 없을 때 한다는 것.학업에 바쁜 아들을 자극하지 않아야 한다는 아내의 당부이기도 했다. 게임에의 몰입은 이런 약속을 간단히 허물어버린다. 아들은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아버지를 보며 그저 빙긋 웃는다.
조영기 CJ E&M 게임부문(넷마블) 대표는 게임업계에서 낯선 인물이다. 다른 게임사 대표들처럼 게임을 직접 개발했거나 기획 마케팅 등과 같은 실무를 담당한 경험이 없다. 삼성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해 10년 넘게 인사 업무를 담당한 인사통이었다. 하지만 2007년 CJ E&M 넷마블의 전신인 CJ인터넷으로 이직하면서 게임에 푹 빠졌다. 4년 동안 CJ인터넷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은 데 이어 지난해 계열사인 게임 개발업체 CJIG 대표를 맡았다. 조 대표가 CJ E&M 넷마블의 수장이 된 것은 지난 6월이다. 당시 이 회사는 1인칭슈팅게임(FPS)'서든어택' 재계약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게임개발사 게임하이가 만든 이 게임은 유통을 맡고 있는 CJ E&M 넷마블 매출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컸다. 하지만 지난해 5월 게임하이를 인수한 넥슨이 서든어택을 자사가 직접 서비스하겠다고 하면서 재계약이 불투명해졌다. 업계 5위인 CJ E&M 넷마블이 재도약은커녕 더욱 수세에 몰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급기야 당시 회사를 이끌던 남궁훈 전 대표가 사퇴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CJ는 복잡해진 실타래를 풀 적임자로 넷마블 창업자인 방준혁 고문을 선택했고, 방 고문과의 인연으로 조 대표가 게임부문 대표로 합류했다. 그는 안갯속을 헤매던 서든어택 재계약 문제를 보름 만에 해결했다. 넥슨과 공동으로 서비스하기로 한 것.
CJ E&M 넷마블은 업계 최초로 온라인 게임 유통(퍼블리싱)을 비즈니스 모델로 도입했으며 '스페셜포스2',야구게임'마구마구' 등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게임 포털 넷마블의 회원 수는 3500만명.
지난 21일 점심시간.서울 상암동에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보나베띠에서 3개월 만에 조 대표를 만났다. 다양한 파스타 요리와 함께 육질이 좋은 립아이 스테이크로 유명한 곳이다. 조 대표의 표정은 근심이 가득했던 6월에 비해 한결 밝아보였다. 그는 이곳이 CJ E&M 넷마블 사옥과 5분 거리에 있어 직원들과도 회식을 자주 한다고 했다. 홀 옆에 따로 마련된 방에서 요리를 기다렸다. "스테이크는 미디엄 웰던으로 먹어요. 대학 졸업 후 사회 생활을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스테이크를 먹었죠.파스타 등 이런 음식들 대부분은 그때부터 먹어 봤어요. 제 또래는 대부분 그럴 겁니다. 처음엔 웰던으로 바싹 구워 먹었는데 지금은 좀 나아진 거죠.어렸을 때부터 스테이크를 먹어 본 이들은 레어로도 먹던데,저는 아직 그렇게는 못 먹겠어요. "
먼저 나온 카프레제 샐러드를 들며 최근 게임사들의 매출 이야기부터 꺼냈다. CJ E&M 넷마블은 올 2분기에 매출 672억원을 올렸다. 넥슨 엔씨소프트 한게임 네오위즈게임즈 등 다른'빅5'의 상위업체들에 한참 못 미친다. 특히 몇 년 전까지도 해도 큰 차이가 없었던 네오위즈게임즈와는 두 배 이상 격차가 벌어졌다. 부임 이후 서든어택 재계약이라는 큰 고비를 넘겼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구만리인 셈이다.
"해외시장이 열리기 시작했는데 우리만 못 나갔어요. 내다 팔 게임이 없었거든요. 준비가 부족했고 내부 역량도 못 미쳤어요. "사실 게임 같은 콘텐츠 산업은 해외에서 승부해야 한다. 좁은 내수시장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 해외 온라인 게임시장은 이제 성장 초입 단계다. 한국과 달리 인터넷 망 등 정보기술(IT) 인프라가 갖춰지는 데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인프라가 취약한 일부 아프리카나 남미 지역은 아직도 '문'이 열리지 않고 있다.
조 대표의 말처럼 CJ E&M 넷마블은 해외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낸 적이 없다. 하지만 비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부터 씨드나인게임즈 CJ게임랩 마이어스게임즈 잼스튜디오 게임쿠커 등의 게임 개발사들을 인수한 것은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포석이다. 오는 11월에는 이들 개발사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게임개발지주회사인 'CJ게임개발홀딩스 주식회사(가칭)'도 출범시킬 예정이다.
"최근 CJ E&M 넷마블에 알짜 게임 개발 스튜디오가 늘어나면서 '왜 내놓을 게임이 없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데 게임은 후딱 나오지 않습니다. 보통 4~5년 정도 걸려요. 캐릭터 하나 디자인하는데만 2주일이 걸리는 경우도 있죠.의사 결정이 늦어서가 아닙니다. "CJ E&M 넷마블은 곧 자체 개발한 게임을 갖고 시험대에 오른다. 애니파크의 실사 야구 게임 '마구 더 리얼',씨드나인게임즈의 역할수행게임(RPG)'마계촌 온라인',CJ게임랩의 FPS게임 'S2' 등을 내년 상반기 안에 잇따라 출시할 계획이다. 자체 개발한 게임은 아니지만 내년에 서비스할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리프트'도 기대작이다. 5년의 개발 기간과 5000만달러의 개발비가 투입된 이 게임은 북미시장에서 블리자드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를 제치고 4개월 동안 게임 순위 1위를 차지했다.
조 대표는 CJ E&M의 다른 사업 부문과의 시너지 효과에 대한 기대감도 나타냈다. CJ E&M은 올초 CJ인터넷,CJ미디어,CJ엔터테인먼트,온미디어,엠넷미디어 등 CJ의 문화 콘텐츠 계열사 6개가 통합돼 설립됐다. 그러나 지금까지 음악 게임 '슈퍼스타K 온라인' 외에는 별다른 시너지가 없다. 그는 "통합 전에는 같은 둥지에 있었지만 협업으로 결과물을 내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며 "이제 영화,음악 사업 부문의 콘텐츠를 활용해 게임을 개발하는 등 경쟁사가 갖지 못한 장점을 극대화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흔히 말하는 '업의 본질'로 따지면 게임업은 흥행 사업입니다.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죠.그런 면에서 CJ E&M 넷마블은 다소 늦게 출발했어요. 넥슨은 좋은 게임개발사를 인수해 성과를 바로 냈고 엔씨소프트는 우직하게 내부에서 게임개발 스튜디오를 돌리면서 질 높은 게임을 내놨죠.우리도 10여종의 자체 게임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충분히 승부를 걸어볼 수 있습니다. "
진한 브라운 소스를 듬뿍 입은 등심 스테이크가 나오자 대화가 잠시 중단됐다. 스테이크를 먹기 좋게 썰어 입 안에 넣었다. 육즙이 입 안 전체에 퍼지는데 쇠고기 특유의 비릿한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조 대표는 하지만 스테이크보다는 파스타를 더 좋아한다고 했다. 가족들과도 가끔 찾는다고 덧붙였다.
◆ "게임업체 잘 봐달라고 봉사활동 하는거 아니에요"
얘기는 오랫동안 해외시장을 맴돌았다. 조 대표는 "게임도 다른 상품처럼 수출할 때 현지화를 고려해야 한다"며 "국내에서 통하는 게임 캐릭터가 해외에서 금기로 여겨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현지 시장 조사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인재 확보도 강조했다. 게임산업에서 사람이 가장 큰 자산이기 때문이다. 성장 동력은 인재 그 자체다. 게임업체의 고정비용 대부분은 인건비다. 지난 5월 CJ E&M 넷마블 대표,계열사 대표,유명 게임 개발자 등은 전국 5개 도시를 돌며 채용 설명회를 가졌다. 채용 규모는 업계 최대 규모인 250여명.
"게임 개발 분야는 검증된 경력 사원을 선호합니다. 신입은 안 뽑으려고 하죠.당장 결과물을 낼 수 있는 인력을 원해요. 하지만 이번 채용 설명회에서 개발자들이 직접 대학생들을 만난 뒤 인식이 바뀌었습니다. 게임에 관심과 열정이 많은 친구들을 신입으로 뽑겠다고 하더군요. 기본기가 튼튼한 사람을 키우는 것도 기업의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
조 대표는 대학 졸업 후 삼성전자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삼성자동차,동양화재(현 메리츠화재) 등을 거쳐 2000년 CJ로 옮겼다. CJ에서는 회장실에서 근무했다. 여기서도 인사 업무를 담당했다. 게임업계와의 인연도 그때 시작됐다. CJ인터넷의 인사 업무를 맡았던 것.2007년부터는 CJ인터넷의 CFO를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게임업에 몸담았다. 그는 "사실 CJ에 오기 전에는 게임을 잘 몰랐다"며 "그래도 CJ그룹 회장실에서 게임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저밖에 없었다"며 웃었다.
"저는 '피그말리온 효과'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간절히 원하면 바라는 것이 이뤄진다는 것이죠.그렇다고 무조건 내달리지는 않아요.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죠.대표로 부임하고 나서도 무턱대고 열심히 하는 것보다는 일을 제대로 하려고 노력하죠.위로 갈수록 큰 그림만 그리면 되니까 편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사실 리더는 디테일을 잘 챙겨야 합니다. '알아서 잘 가겠지' 생각하면 조직이 굴러가지 않습니다. "
조 대표가 섬세한 경영을 강조하자 "그러다가 '조 대리'라고 불리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그렇다고 서류에서 맞춤법까지 따지지는 않습니다. 큰 방향을 설정하고 잘하고 있는지 관심을 계속 보여주는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직원들이 '위에서는 내가 하는 일에 관심이나 있을까'의문을 품게 됩니다. 계속 동기 부여를 해주는 거죠."
그는 사회공헌 활동도 조직 운영을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다른 게임업체들이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을 바꾸기 위해 사회공헌 사업에 보다 집중하는 것과는 다른 맥락에서 설명했다.
"물론 게임업체들이 사회봉사 활동을 하면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누그러뜨릴 수 있죠.하지만 저는 무엇보다 구성원들을 위해 사회공헌 활동을 하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오랫동안 봉사 활동을 했는데 정신 건강에 아주 좋아요. 이런 활동을 하는 직원이 많은 회사가 건강한 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
CJ E&M 넷마블은 2006년 '사랑클릭'이라는 자발적인 사내 동호회를 시작으로 최근에는 임직원 전원이 입단한 사회봉사단 '쿠키봉사단'을 발족했다.
◆조영기 대표의 단골집 '보나베띠'
립아이 스테이크 유명…파스타 · 곤졸라피자도 인기
이탈리아 음식 전문 식당이다. 서울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내 문화콘텐츠 센터 1층에 있다. 고급 레스토랑 수준의 요리를 즐길 수 있는 곳이지만 인근 직장인들이 많이 이용한다.
스테이크 메뉴로는 안심 스테이크와 립아이 스테이크가 유명하다. 스테이크 코스 요리는 세 가지다. '립아이 스테이크 코스(3만3000원)''블루치즈 소스를 곁들인 립아이 스테이크 코스(3만9000원)''안심 스테이크 코스(4만5000원)'.이들 메뉴는 마늘빵,수프,파스타,과일,음료(커피,녹차,홍차) 등과 함께 제공된다. 점심 세트 메뉴도 스테이크 코스,피자와 파스타 2인 세트,피자와 리조또 3인 세트 등 다양하다.
특히 카르보나라(파스타)와 고르곤졸라 피자가 인기다. 샐러드 메뉴로는 베이컨,파마산 치즈가 어우러진 시저 샐러드,등심 스테이크를 함께 맛볼 수 있는 스테이크 루콜라 샐러드 등이 유명하다. 100여종의 와인도 배치돼 있다. (02)302-0242
▼1966년 서울▼홍익사대부고 연세대 심리학과 ▼연세대 대학원 MBA ▼삼성자동차 인사팀 과장▼CJ㈜ 인사팀 부장▼CJ인터넷 최고재무책임자(CFO)▼CJIG 대표이사 ▼CJ E&M 게임부문 대표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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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꼽 훤히 드러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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