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정신 꺾지마라…'불가능한 꿈' 꾸는 인재가 혁신 주도

미리보는 인재포럼

'남과 다름' 용인하는 반골정신이 일류기업의 힘
경영자는 직원들 능력보다 헌신의 힘 믿어야

1979년 이부카 마사루 소니 회장은 한 직원이 소형 테이프 녹음기에 헤드폰을 꽂고 다니는 모습을 발견했다. 알고보니 녹음기에 녹음장치 대신 출력장치를 넣어 음악을 들었던 것.마사루 회장은 즉시 소형 음악 재생기를 만들 것을 지시했다. '워크맨'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카세트테이프 녹음기,트랜지스터 TV,8㎜ 비디오테이프 레코더 등 소니가 개발한 제품에는 항상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이 세상에 없는 물건을 만들자"는 마사루 회장의 도전정신 덕분이었다. 소니는 세계 일류 전자기업으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최근엔 기술 개발을 등한시하면서 수세에 몰렸다. 기업 성장의 원동력인 투자와 혁신을 게을리한 탓이다. 미국과 유럽의 재정위기로 세계 경제가 불안하다.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와 도전도 움츠러들 조짐이다. 올해 글로벌 인재포럼에서는 위기 시대를 맞은 경영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스에마쓰 지히로 일본 교토대 교수는 오는 11월3일 '교토식 경영에서 배우는 인재의 힘'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한다. 로버트 하그로브 하버드대 연구교수는 '마스터풀 코칭 인텐시브 워크숍'에서 '마스터풀 코칭(masterful coaching)'을 통한 기업의 성장에 대한 얘기를 들려준다.

◆강한 오너,선택과 집중이 '교토식 경영'

스에마쓰 교수는 교토에 기반을 둔 '교토식 기업'의 특징으로 '개성파 오너'와 '선택과 집중' 전략을 꼽는다. 창의적 사고와 추진력을 통해 자신의 기업을 각 분야에서 세계 1위로 이끌었다는 것이다. HDD용 스핀들모터 세계 1위인 일본전산,소신호 반도체 세계 1위 롬,세라믹콘덴서 세계 1위 무라타제작소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일본전산은 1973년 9.9㎡(3평)짜리 창고에서 시작했지만 30년 만에 계열사 140개를 거느린 매출 8조원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몰아친 2009년엔 사상 최고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당장 하라' '될 때까지 하라'는 나가모리 시게노부 사장의 신조와 철저히 소형 모터에 집중한 경영 방식 덕분이었다.

스에마쓰 교수는 "전방위 사업을 펼치는 도쿄식 기업과 달리 특화된 기술,철저한 무차입 경영,수평적 분업 구조 등이 교토식 기업의 장점"이라고 말한다. 그는 "세계 시장에 눈을 돌리고 과감한 도전정신을 기반으로 한 '초일본식 경영'이 교토식 기업의 성공을 이끌었다"고 분석한다.

교토 출신의 기업 오너들이 이런 특징을 지니는 이유에 대해 스에마쓰 교수는 1200년 역사를 지닌 교토에는 '남과 다름'을 용인하는 반골정신이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건전한 비판적 사고가 모방을 거부하고 획기적인 경영 스타일을 시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는 설명이다. ◆"직원들에게 불가능한 꿈을 꾸게 하라"

하그로브 교수가 제시한 경영자 코칭법은 '마스터풀 코칭'이다. 우선 경영자는 직원들이 각자 열정을 갖고 있는 분야에서 실현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를 설정하게 한다. 이후 개인과 회사 목표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는다. 경영자는 직원들에게 대화를 통해 힘을 불어넣는다. 그 결과 생각하지도 못했던 성과를 달성하게 된다는 논리다.

그는 "직원들이 가진 능력의 힘이 아닌 헌신의 힘을 믿어야 한다"며 "경영자는 '게임을 바꾸는 아이디어'를 자극하기 위해 직원들의 말을 경청하고 숨은 장점을 발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가 주장하는 바람직한 리더상은 '코치'다. 하그로브는 "조직의 리더는 직원들의 야망과 동기부여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사람,또는 권력을 휘둘러 직원들이 질겁해서 따를 수밖에 없는 사람 중 하나"라며 "단순히 업무적 측면에서의 리더십이 아닌 조직에 변혁을 일으키는 리더십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표 사례로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을 꼽았다. 버진그룹 계열사인 버진오스트레일리아의 모든 열차와 비행기에는 각각 이름이 붙어 있다. "엔지니어와 승무원들이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되고 직원을 기계화하기보다 기계를 인간화해야 한다"는 그의 생각이 반영된 것이다. 2000년 항공기 두 대와 직원 200명으로 시작한 이 기업은 현재 호주 2위의 저가항공사로 성장했다.

안상미/강유현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