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외환위기 때 과오 반복하지 말아야

주가 환율 물가 동시관리 큰 부담…스와프·헤지·수출다각화 힘써야

조하현 < 연세대 경제학 교수 >
세계 경제가 다시금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는 징후가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그리스에서 시작된 재정위기가 유럽 각국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에서도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고, 미국의 재정적자도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부도위기로 인한 신용등급 강등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하게 됐다.

급기야 IMF 총재가 세계 경제가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새로운 위험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문제의 심각성을 경고하면서 각국의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우리 경제 또한 주가가 폭락하고 외환시장이 요동치는 등 글로벌 경제위기의 폭풍 속으로 빠져드는 모습이다. 2008년의 금융위기와 현재 상황의 가장 큰 차이점은 실물경제 흐름이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 불안으로 인한 공포 확산이 핵심적인 원인이었던 이전과 달리 현재는 생산활동이 위축되고 있음을 각종 경제지표를 통해 알 수 있다.

연초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한 유가 급등 및 자연재해로 인한 농수산물 피해 등이 기업의 비용부담을 가중시키고 그 여파로 물가가 급등하면서 소비심리가 더욱 위축되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더욱이 선진국의 경기둔화에 따라 우리나라의 수출이 감소하는 게 큰 문제다. 미국 및 유럽 경기가 침체될 조짐을 보일 때 각국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내놓아야 하는데, 재정적 부담 때문에 추가 대책을 수립하기 어려운 상태이다. 미국 경제의 더블딥을 우려하는 시각도 대두되고 있다.

이런 실물경기 침체의 불안 심리는 국제금융시장으로 전이돼 전 세계 증시가 급속도의 동반 하락을 경험하고 있다. 지난 23일 미국 중앙은행이 추가적 유동성 공급조치를 시행하지 않은 데 따른 여파로 미국을 비롯한 국제주식시장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불안감을 느낀 투자자들은 아시아 등 신흥시장에서 자금을 빼내는 등 안전자산 선호현상을 보였다. 그에 따라 코스피지수가 23일 하룻동안 5.7%가 하락하면서 대외충격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원 · 달러 환율이 급등하여 급기야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해 환율을 진정시키는 숨가쁜 양상을 보였다.

이처럼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원자재가격 등 수입물가 변동성이 커져 당초 하반기에 안정될 것으로 예상했던 물가의 흐름을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환율급등이 수입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므로 정부는 주가,환율,물가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부담을 짊어지게 됐다.

유럽발 재정위기 공포와 미국 경기침체로 인한 글로벌 경제위기가 본격화될 경우 우리나라의 경제성장 전망도 수정해야 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연초 경제성장률을 5%로 전망했다가 지난 6월 4.5%로 낮춘 바 있다. IMF도 지난 20일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4%로 하향 조정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4%,내년은 3.6%로 제시했다. 국내외 거시 환경에서 부정적 요소가 많은 만큼 매우 보수적인 관점에서 냉철하게 경제를 바라봐야 하며 불안요인 제거에 힘을 쏟아야 할 때이다. 특히 내년에 벌어질 대선 및 총선과 같은 정치적 이슈가 몰려있는 시점에서는 정치적 사안에 의해 경제문제가 왜곡되거나 주객이 전도돼선 안 된다.

이처럼 금융시장이 급격한 변동을 보일 때, 외환위기 때와 같은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정부는 금융시장 및 외환보유액을 계속 점검하고 주요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는 등 다방면으로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기업 등 경제주체도 환율 및 물가의 급격한 변동에 대비할 수 있도록 적절한 헤지 수단을 강구하는 한편 선진국 경기침체에 따른 수출 감소를 완화시킬 수 있도록 수출지역 다각화에도 힘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