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네프로아이티의 '식언(食言)'

노경목 증권부 기자 autonomy@hankyung.com
상장사가 구두로 하는 말과 문서로 하는 말이 다르다면 무엇을 믿어야 할까. 국내 상장 외국기업 최초로 상장폐지 대상에 오른 네프로아이티가 끝까지 신뢰하기 힘든 태도로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지난 7월 발생한 청약증거금 횡령 사건과 관련해서다.

네프로아이티 관계자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 "상장폐지 여부와 상관 없이 증거금을 모두 돌려주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회사는 지난 20일 국내 법률 대리인인 법무법인 세종을 통해 투자자들을 상대로 "네프로아이티 역시 횡령 사건의 피해자"라며 "피해액 반환은 횡령범에게 청구하라"고 문서로 통지했다. 횡령 피해액 149억원 중 회수된 금액은 99억원.아직 50억원이 투자자들에게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회사 측은 "문서로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것일 뿐"이라며 "투자자들에게 피해액을 반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네프로아이티가 상장 폐지를 계기로 국내 사업을 정리하고 일본으로 완전히 철수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높다.

피해자들의 돈을 반환하는 데 쓰겠다던 자회사 매각대금은 일본 모회사가 부채를 회수하는 데 쓰였다. 네프로아이티는 자회사인 모바일앤게임스튜디오(MGS)를 모회사 네프로재팬의 채권을 상계하는 방식으로 4억엔에 매각했다. 가나이 다케시 네프로아이티 사장은 횡령사건 발생 직후 투자자들과 만나 "피해액을 조기 반환하기 위해 자회사인 MGS를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네프로아이티가 2009년 4월 상장된 이후 내놓은 여러 약속 중 현실화된 것 역시 거의 없다. 가나이 사장은 상장 당시 "일본의 발달한 온라인 기법을 한국에 도입하겠다"고 말했지만 이듬해 9월 해당 사업부문을 매각했다. 상장 전년 262억원이던 매출은 2009년 124억원,지난해 64억원으로 급감했다.

외국기업 중 처음으로 상장폐지 문턱에 몰린 네프로아이티의 사례는 국내 투자자들이 왜 외국 상장기업을 불신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네프로아이티가 상장 후 국내 자본시장에서 조달한 자금은 84억원에 달한다. 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은 상장뿐 아니라 사후 관리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