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 교수들도 "아시아가 좋아"

대학마다 고액연봉 제시…유명 교수들 잇단 자리이동
미국과 유럽의 경영학 대가들이 대거 중국 · 싱가포르 등 아시아 대학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 연구 · 개발을 강화하고 있는 아시아 주요 대학들이 고액 연봉을 제시하며 유명 교수 유치전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5일 "10년 전만 해도 야심 있는 경영학 연구자들은 주로 미국 등 서구세계에서 일하고 싶어했지만 지금은 방향이 정반대로 바뀌었다"며 "아시아가 경영학 분야 최고 학자들의 경연장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몇 년간 유명 경영학 교수들이 중국과 싱가포르 등 아시아권 대학으로 이직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는 얘기다. 블레어 셰퍼드 전 미 듀크대 경영대학원장은 최근 중국 상하이 인근 듀크쿤샨대로 자리를 옮겼다. 아르노 드 메이어 전 영국 케임브리지대 '저지(judge)비즈니스스쿨' 학장은 지난해 9월부터 싱가포르경영대 총장을 맡고 있다. 호워드 토머스 전 영국 워윅대 비즈니스스쿨 학장 역시 싱가포르경영대 비즈니스스쿨 학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조지 입 전 네덜란드 로테르담 경영대 학장은 상하이 유럽공상관리학원(CEIBS) 중국혁신센터장으로 옮겼다.

서구의 유명 경영학 교수들이 잇따라 아시아권으로 이동하는 것은 경제성장 때문이다. 하버드대와 영국 런던비즈니스스쿨을 거쳐 올해부터 CEIBS에서 마케팅을 가르치고 있는 존 퀼치 교수는 "과거 교수들이 정치적 이유로 아시아에서 연구하기를 꺼렸지만 최근 아시아의 고속성장은 이 같은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는다"고 말했다.

경제성장에 걸맞은 교육 수준을 갖추기 위해 아시아 대학들이 교육부문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는 것도 유명 교수들의 '동진(東進)'에 한몫하고 있다. 내년부터 2년간 싱가포르경영대에서 강의할 계획인 베른트 슈밋 미 컬럼비아대 마케팅 담당 교수는 "싱가포르경영대는 아시아 소비자 조사기관 설립을 위해 7700만싱가포르달러(760억원)를 투입할 예정인데 이는 미국 기준으로도 큰 규모"라고 말했다. FT는 "미국과 유럽 대학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강의 부담은 늘리고 연봉은 동결하는 반면 아시아 대학들은 고액연봉을 제시하며 교수들의 아시아행을 이끌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