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팝니다"…中企 덮친 불황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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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리포트 / 수도권 공단경기도 반월산업단지 내 별망로 사거리.이곳에는 공장 임대와 매매 현수막 10여개가 걸려 있다. 이곳뿐만이 아니다. 공단 내 주요 사거리엔 어김없이 이런 현수막이 설치돼 있다. 한동안 사라졌던 현수막이 대거 등장한 것은 불황의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는 징조다. 유럽과 미국의 재정위기와 이로 인한 글로벌 실물경기 침체가 중소기업의 수주 감소로 이어지고 있는 데 따른 결과다.
가동률 떨어져…글로벌 위기 직격탄
지난 상반기만 해도 수도권 공단에서 공장 매물을 알리는 현수막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현수막이 대거 내걸린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3년 만이라고 공단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남동공단 내 신호등부동산의 최성호 소장은 "주인을 찾는 공장 매물은 쌓여 가지만,사겠다는 발길은 거의 끊긴 상태"라며 "하반기 들어 분위기가 바뀌더니 최근 매물이 늘어나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불황의 먹구름은 가동률에서도 나타난다. 70여개 업체가 모여 있는 수도권 최대 염색단지인 반월염색단지.면 화섬 니트 등 고급 염색을 담당하는 이곳 입주 업체들은 상반기까지만 해도 수주가 넘쳐났다. 상당수가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공장을 돌렸다. 이병학 반월염색단지 이사장은 "요즘은 주말에 공장을 돌리는 기업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폐수 배출 쿼터에 대한 실제 배출량을 기준으로 한 염색단지 가동률은 상반기에는 평균 95.4%에 달했으나 8월엔 86.4%로 9%포인트 뚝 떨어졌다. 9월에는 이보다 더 떨어질 전망이다.
야근이 줄자 '함바(현장식당)'에서 저녁을 먹는 손님도 반으로 감소했다. 시화산업단지에서 맛있는 함바로 이름난 청송식당 주인 이미선 씨는 "지난 상반기엔 저녁 손님이 평균 90~100명 정도였으나 요즘은 40~50명 수준으로 감소했고,10여명이 찾는 날도 있다"고 공단 분위기를 전했다. 토요일 특근이 사라지면서 토요일 점심 때는 손님이 거의 끊긴 상태다.
이들 3개 산업단지 내 가동 업체는 남동 5927개,반월 5210개,시화 8923개 등 모두 2만60개에 이른다. 이곳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30만명에 달한다. 대표적 수도권 중소업체 밀집 지역인 이곳의 실태는 중소기업의 현실을 보여준다. 조유현 중소기업중앙회 본부장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내년엔 실물위기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며 "금융회사들이 과도한 자금 회수를 자제하는 대신 긴급 경영안정자금을 늘려 경영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위험 구간을 통과하는 데 도움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동 · 반월 · 시화산업단지=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