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채권은 "사자"…9월 3147억 늘어

암운 짙어지는 금융시장

2008년 같은 자금이탈 없어…수익률 높고 재정 '탄탄'
원 · 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외국인이 본격적으로 한국을 빠져나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은 주식을 처분하는 반면 채권은 꾸준히 사들이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때와 대조적인 모습이다.

26일 금융감독원 집계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들어 24일까지 국내 주식(유가증권시장 기준)은 1조8549억원어치 순매도했다. 반면 같은 기간 3147억원의 국내 채권을 순투자했다. 전체 채권 보유 금액은 85조원 수준으로 늘어났다. '주식 매도 · 채권 매수'현상은 지난달부터 계속되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달에도 주식은 4조6238억원어치 순매도한 반면 채권은 1340억원어치 순투자했다. 이로 인해 외국인의 국내시장 본격 이탈로 보기는 아직 이르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증시에서 자금을 빼나가는 현상은 유럽계가 주도하고 있다. 이달 들어 유럽 국가들은 4445억원의 채권을 만기 상환해 간 것을 포함해 총 1조130억원의 보유 규모를 축소했다. 이 중 조세회피지역인 룩셈부르크 투자 물량이 8600억원으로 단기 투자 성격의 헤지펀드가 발을 뺀 것으로 추정된다. 유럽계 자금은 지난달 이후 4조6698억원어치의 주식도 처분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시장이 요동친 지난주에도 외국인은 채권 순투자를 지속했다"며 "유럽계 자금이 약간 빠져나갔지만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때와 같은 대규모 자금 유출 징후는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2008년 당시 외국인은 9월부터 4개월 동안 13조5600억원의 국내 채권을 내던지면서 금리를 요동치게 만들었다. 전체 보유 금액의 26.3%에 해당하는 매물이었다. 환율 급등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의 채권 비중이 늘어나는 이유는 선진국보다 높은 금리와 비교적 뛰어난 재정건전성 덕분으로 평가된다. 아시아에선 한국 외에도 싱가포르 호주 채권시장이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등지에선 외국인이 빠져나가며 금리가 상승했다. 한국의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이날 0.08%포인트 오른 연 3.84%를 나타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