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전자공학 '스핀트로닉스' 시대 열린다

서울대 김상국 교수ㆍ美獨 공동연구팀

超저전력·고집적 반도체 가능성 확인…삼성전자·도시바도 'M램' 개발 경쟁

차세대 전자공학인 스핀트로닉스(spintronics)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서울대 재료공학부 김상국 교수팀과 미국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 · 독일 함부르크대 공동 연구팀은 원자 크기의 막대 자석이 소용돌이치며 공명하는 현상을 이용해 차세대 정보처리 소자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27일 밝혔다.

전자는 자성을 띠며 고정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확률적으로 추정할 수 있는 형태(양자역학적 상태)로 존재한다. 이를 '스핀'이라 하며 원자 스핀은 원자가 갖고 있는 전자 스핀의 합이 된다. 연구팀은 '퍼멀로이 합금'으로 이뤄진 자성체 나노점(nano dot · 나노 크기의 막대자석)의 자기소용돌이 핵 안에서 빠른 공명 회전운동이 일어나는 과정과 원리를 특수 X선 현미경을 통해 처음으로 관찰했다. 자기소용돌이 핵이란 자성체 나노점 내 원자 스핀들의 방향이 마치 태풍의 소용돌이 형상을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이번 연구는 자성체 나노점의 스핀이 전자공학의 출발점이자 전자기기의 기본 원리인 '전자의 이동'을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처음으로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모든 반도체 소자의 기본 유닛(단위)은 P형-N형 반도체를 붙인 'P-N 접합'이다. 이 접합 과정에서 전자(음전하 운반자)와 정공(양전하 운반자)이 농도차에 따라 왔다갔다 하는 상태를 0 혹은 1로 구분하며 정보를 처리 혹은 저장한다. 이 기본 유닛을 여러 기술을 통해 확장하면 트랜지스터가 무수히 모인 중앙처리장치(CPU) 등이 된다.

그런데 반도체의 고집적화가 계속 이뤄지면서 연산 파워에 따른 발열,양자역학적 한계 극복 등 여러 문제가 제기돼 왔다. 연구팀은 자기소용돌이 핵에서는 전기적 신호를 발생시키는 데 드는 에너지와 신호전달 과정에서 에너지 손실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자성의 방향을 바꿔주면 그쪽으로 원자 스핀들이 집단으로 '파도타기'를 하면서 소용돌이핵을 만들기 때문에 나노점 사이 공명을 정보처리 소자의 기본 단위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침반을 한 줄로 연결해 놓고 나침반 바늘이 수평을 이룬 상태에서 한 쪽 끝 나침반을 막대자석으로 회전시키면 바늘들이 연쇄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연상하면 된다.

김상국 교수는 "자기소용돌이 핵의 정보전달 현상을 구체적으로 확인한 만큼 향후 차세대 정보처리 소자의 프로토타입(초기 모델)을 만들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신개념 트랜지스터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 번 충전하면 장시간 사용할 수 있는 초저전력 휴대전자기기 소자에 우선 적용할 수 있도록 연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인 M램도 전자 스핀을 이용한다. 전자의 농도를 식별해 0과 1의 정보를 저장하는 D램과 달리 M램은 전자 스핀의 방향에 따른 저항차를 0과 1로 구분해 정보를 저장한다.

저장속도가 빠르고 비휘발성인 데다 양자역학적 한계인 10나노 이하에서도 집적할 수 있어 삼성전자 하이닉스반도체 도시바 등이 경쟁적으로 개발에 뛰어든 상태다.


◆ 스핀트로닉스스핀(spin)과 전자공학(electronics)의 합성어.전자의 물리적 이동뿐 아니라 전자의 자성 방향인 스핀의 방향까지 따져 전자를 제어해 새로운 개념의 전자기기를 만드는 차세대 전자공학이다. 현존하는 전자기기보다 연산 속도나 저장 용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신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