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준열 동양종금증권 사장 "섣부른 외형경쟁 안해…20~30대 겨냥 '대중형 PB'로 수익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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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 경쟁은 상당히 긴 싸움…기존 사업 내실 다지는 게 우선
연내 소규모 지점 20곳 통폐합
골드만삭스와 자산관리 협력…퇴직연금이 새 성장엔진 될 것
유준열 동양종합금융증권 사장(58 · 사진)이 취임한 2009년 3월은 2100 돌파를 눈앞에 뒀던 코스피 지수가 1000선 언저리까지 폭락한 시점이었다.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더블딥(짧은 경기 회복 후 재침체) 우려가 팽배했던 시기였다. 동양종금증권의 2008년 순이익도 전년의 3분의1인 636억원까지 쪼그라든 상태였다. 유 사장은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전략을 폈다.
그가 판단한 동양종금증권의 최대 무기는 당시 막 300만명을 돌파하며 1위를 독주하던 자산관리계좌(CMA) 계좌 수와 국내 증권사 중 최대 규모인 지점망이었다. 그는 리테일 부문의 거대한 고객기반을 기업금융과 연계했다. 당시 쏟아져나오던 기업들의 고금리 채권을 총액 인수해 지점에서 소화한 것이다. 어려움에 처한 기업들의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돕는 '재무 주치의' 서비스도 병행했다. 이는 동양종금증권이 채권 강자 자리를 유지하고 기업금융 부문의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토대가 됐다. 유 사장의 취임 첫해인 2009년 동양종금증권의 영업이익은 2196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최근 들어 또 한 번의 글로벌 금융위기 가능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증권사들의 몸집 불리기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지만,유 사장은 서둘지 않는다. 이번에도 동양종금증권만의 강점을 바탕으로 차별화를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유 사장은 "자기자본 확충을 통한 대형화는 섣부르게 시도하지 않을 것"이라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이머징 마켓 집중화와 20,30대를 위한 대중형 프라이빗뱅킹(PB) 전략을 중심으로 수익성을 다지는 데 매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머징 마켓이 커나가고,젊은층이 수입을 늘려가면서 동양종금증권도 같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정부가 지난 7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내놓은 이후 증권사들이 잇따라 대형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걱정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헤지펀드를 대상으로 전담 중개업무를 제공하는 프라임 브로커리지의 자기자본 요건을 맞추려면 현재(1조4000억원)의 두 배로 자기자본을 늘려야 합니다. 당장 인위적 외형경쟁에 집착하지는 않을 겁니다. 투자은행(IB) 분야 경쟁은 긴 싸움이 될 것입니다. 외국의 대형 IB들도 외부자금 유치가 아니라 수익 창출과 인수 · 합병(M&A)을 통해 성장해왔습니다. 문제는 덩치를 키우더라도 특화된 부분이 없다는 점입니다. 무리한 초기시장 진입보다는 기존 사업의 내실을 다지면서 향후 금융시장 환경 변화를 감안해 종합금융투자 사업자로의 전환 시기를 검토할 겁니다. 5년 정도 지나면 가시화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
▼최근 유럽 재정위기 우려 때문에 증시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증권사들 모두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특히 기업금융 분야의 수익성이 크게 둔화됐습니다. 동양종금증권의 가장 큰 수익창구 중 하나가 고수익 채권을 인수해 지점을 통해 판매하는 것인데 그 부문 수익이 줄었습니다. 올해 영업이익은 1000억원 미만이 될 것 같습니다. 동양종금증권은 이 때문에 위기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하반기 소규모 지점 20여곳을 통폐합해 지점 대형화를 꾀하는 게 대표적입니다. 자산관리 고도화를 위한 지점 리포지셔닝(re-positioning)이죠."▼11월 종금업 라이선스를 반납하게 되면 여 · 수신 기능을 수행할 수 없게 되는데요.
"여 · 수신 기능을 할 수 없게 되면 수익성은 어느 정도 둔화될 수밖에 없겠죠.500억원 정도 순이익에서 빠져나가는 효과가 나타날 겁니다. 하지만 외부에서 걱정하는 것과 내부 분위기는 많이 다릅니다. 동양종금증권의 최대 장점인 CMA가 흔들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는데,이미 준비가 끝나 있는 상황입니다. 우선 종금형 CMA는 11월30일부로 종료되지만 새로운 증권형 CMA상품인 'W CMA'로 이미 75%의 고객이 이전했습니다. 5조원가량 되던 종금형 CMA 잔액은 1조3000억원가량 남아 있습니다. "
▼동양종금증권의 신성장 엔진은 무엇입니까. "글로벌 마켓과 퇴직연금 시장이 향후 동양종금증권의 엔진이 될 것입니다. 퇴직연금 시장에서 아직 증권사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앞으로 수명이 늘어나면서 점점 커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고정금리형 상품보다는 실적배당형 상품이 더 주목받게 되겠죠.현재 다양한 퇴직연금 상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동양종금증권이 퇴직연금연구소를 만든 것도 이 때문입니다. 랩어카운트 방식으로 운용하고 월 지급식으로 지급한다든지,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고민 중입니다. "
▼급성장하는 자산관리분야에서도 강점을 갖고 있는데요.
"자산관리 부문의 역량은 인적 자원에서 결정될 겁니다. 직원 교육이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상품의 라인업도 강화해야 합니다. 골드만삭스자산운용과의 제휴를 통해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결국 얼마나 많은 상품을 갖고 얼마나 전문적인 판매원을 보유하느냐가 관건이죠.모든 지점을 PB화할 계획입니다. 지점 리포지셔닝도 그래서 하는 겁니다. 우리 CMA고객층의 70%가량이 30대 초반 전후입니다. 무려 280만여명에 달합니다. 당장 큰 수익이 나는 고객군은 아니지만 자산관리를 잘해 40대쯤 여유자산이 늘면 우리의 자산도 그만큼 늘어나게 됩니다. 함께 성장하는 것이 동양종금증권의 성장 전략입니다. "
▼캄보디아 지점 설립,미국 투자사 인수 등 해외행보도 주목받고 있는데요. "글로벌 IB들과의 정면 승부보다는 '이머징 마켓'에서 역량을 키워나가는 데 집중할 계획입니다. 올 12월 캄보디아 증시 상장 1호 기업에 대한 기업공개(IPO)를 동양종금증권이 맡습니다. 캄보디아 등 이머징 마켓의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동양종금증권도 같이 성장하게 될 겁니다. 미국 투자사인 이새캐피털을 인수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이새캐피털은 한인 동포 대상의 비즈니스에 집중해왔는데 이런 소수민족 중심의 '이머징 도메스틱(emerging domestic) 마켓'이 미국에서 부각되고 있습니다. 뉴욕과 홍콩지점을 연계해 선진시장과 신흥시장 간의 자본을 연결하는 '크로스보더 딜(cross-border deal)'에도 적극 나설 계획입니다. "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