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일의 법조 산책] 이국철 수사 눈치 보기

김병일 법조팀장 kbi@hankyung.com
검찰에 실망이다. 이국철 SLS그룹 회장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입이 열 개라도 할말이 없게 됐다. 지금이 어느 때인가. 가깝게는 10 · 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비롯해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살얼음판 정국이다. 좁쌀만한 의혹도 게이트로 뻥튀기될 수 있는 민감한 시기다.

그런데 고대 친위부대와 공안통들을 전면에 배치해 놓고 지난 8월 출범한 한상대호(號)의 항해가 미숙하기 짝이 없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지난 23일 이국철 씨를 8시간 소환조사해놓고는 "더 수사할 게 없다"거나 "대가성이 규명되지 않고 있다"는 발언으로 수사를 기피한다는 인상을 풍겼다. 검찰로선 '청와대에 대한 예의성 멘트'라고 생각했거나 막무가내로 달려들 수 있는 언론의 김을 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는지 모르겠다. 이씨의 폭로에 신빙성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미 이씨는 범법자로 낙인찍힌 사람이다. 2009년 12월 회사의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를 허위로 공시하고 뇌물을 건넨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으며,작년 11월 1심 재판부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이씨 스스로도 신재민 박영준 곽승준 씨 등 금품을 건넸다는 인사들의 처벌보다는 SLS그룹이 공중분해된 전모를 파헤치는 것이 폭로의 목적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손 치더라도 검찰이 경솔했다는 비난을 면하기는 어렵다. 27일 서울중앙지검 국정감사장에서는 정권실세 봐주기 수사를 하느냐는 질타가 쏟아졌다. 그러자 이번에는 "의혹을 명백하게 밝히겠다"고 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검찰의 태도가 영 개운치 않다. 갈 길이 먼데 벌써부터 이 눈치 저 눈치 살피는 것 같아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