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문 화이트블럭 대표 "제조업 CEO서 미술사업가로 인생2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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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리서 개관전 여는 이수문 화이트블럭 대표무한경쟁을 뚫고 기업 최고 자리에 올랐던 전직 최고경영자(CEO)가 미술문화 사업가로 변신했다. 주인공은 레인지후드 생산업체 하츠의 대표이사를 지낸 이수문 화이트블럭 대표(63 · 사진).
이 대표는 지난 5월 경기 파주시 헤이리예술촌에 상업화랑 '화이트블럭'을 개관했다. 내달 5일부터 첫 전시로 '독일 작가 3인전'을 여는 그는 "제조업 경험을 살려 갤러리스트로 '인생 2막'을 열겠다"고 말했다. 오는 12월4일까지 열리는 개관전에서는 독일 현대미술 유망 작가 에버하르트 하베코스트,타티아나 돌,작고 작가 안톤 스탄코프스키의 작품 132점이 전시된다. 경기중 · 고와 서울대 공대(건축공학과)를 나온 이 대표는 가구업체 한샘과 현대종합목재에서 16년간 근무한 뒤 빌트인 전자제품 전문업체 하츠를 창업해 20년 동안 운영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건강 악화로 사업을 접고 2008년 경영권을 벽산그룹에 넘겼다. 이후 미술사업을 준비했다.
이 대표가 미술사업에 도전한 것은 그의 '끼'와 맞물려 있다. 이 대표는 중 · 고교 시절부터 밴드부와 연극반에서 활동했다. 밴드부에서는 클라리넷을 불었다. 대학 연극반에서는 연기와 무대장치 음악 음향 조명 등까지 도맡았다. 기업인으로서도 틈만 나면 단역배우로 무대에 서며 '예술에 대한 끼'를 놓지 않았다. 1993년 창작뮤지컬 '명성황후' 제작에도 기여했다.
그는 "경영과 미술이 '도전과 열정'이라는 코드로 통한다"며 "그런 점이 나를 아트사업의 길로 이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아직 미술에는 문외한이지만 제조업 경영 경험을 토대로 미술에 공연 문화를 아우르고,화가 육성에 정성을 쏟으며,투명 경영과 사회적 책임을 완수하는 세 가지 목표를 세웠다"고 했다. 갤러리 경영도 제조업처럼 투명경영을 할 수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소신이다. 그는 "제조업 경영은 1 더하기 1은 2"라며 "원재료 인건비 관리비를 합쳐 원가가 나오고 적정 이윤을 붙여 판매해 원가구조가 명확한데 갤러리도 이런 식으로 투명하게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헤이리 중심 연못 앞에 연면적 1600㎡ 규모 3층짜리 노출 콘크리트 건물이 그의 화랑이다. 미국에서 활동 중인 젊은 건축가 박진희 씨가 설계했다. 외벽이 통유리와 흰색으로 돼 있어 밖에서도 안이 훤히 들여다 보인다. 밖의 연못과 숲은 그대로 안으로 투영된다. 녹음과 함께 어우러진 연못은 모네의 '수련'을 연상시킨다. 이 갤러리는 앞으로 미술에 음악 퍼포먼스 공연을 곁들인 퓨전 문화 공간으로 활용된다.
"그림이 부유층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서민 · 중산층 관람객들도 구입할 수 있는 가격대의 작가 작품을 취급할 생각입니다. 관람객들이 그림을 보고 즐기고 투자하는 '3락의 공간'이 됐으면 해요. " 단순히 그림을 파는 것이 아니라 예술적 가치문화를 공유하겠다는 얘기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