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ㆍ엔高…日은행도 해외로 눈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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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비시도쿄는 캄보디아, 미즈호는 베트남行…日기업 활발한 M&A 발맞춰 해외진출 가속도
일본 3대 대형 은행 중 하나인 미쓰비시도쿄UFJ은행은 내년 초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에 주재원 사무소를 개설한다. 정정 불안 등의 이유로 1967년 철수한 이후 45년 만에 간판을 다시 내걸기로 했다.
또 다른 대형 은행인 미즈호은행은 450억엔(6800억원)을 들여 베트남 최대 은행인 '베트컴'의 지분 15%를 사들이기로 최근 결정했다. 미즈호은행은 이번 출자를 통해 베트남에 진출한 일본 기업과 베트남 현지 기업에 대한 대출을 강화할 방침이다. 일본 대형 은행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경기침체와 대지진 등이 겹치면서 일본 내 자금 수요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엔고(엔화가치 상승)를 피해 일본 기업들이 잇달아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는 것도 은행들의 해외 진출을 촉진한 요인이다.
일본 기업들의 해외기업 인수 · 합병(M&A)에 자금을 대는 일본 은행도 늘어나는 추세다.
◆일본기업에 이어 은행도 해외시장 노크일본 은행들의 해외 진출은 일본 기업들의 '탈(脫)일본'추세와 맞닿아 있다. 일본 기업이 가는 곳에 자금 수요도 뒤따를 것이라는 판단이다. 미쓰비시도쿄UFJ은행이 프놈펜에 진출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일본 기업들의 캄보디아에 대한 직접투자는 작년까지만 해도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그러나 올 들어 엔화가치가 오른 데다 대지진으로 일본 내 물류망이 무너지면서 캄보디아에 생산기지를 세우려는 기업들이 급증했다. 태국 인도네시아 등 인근 국가들에 비해 임금이 싼 것도 캄보디아에 대한 투자를 늘린 요인이다. 일본기업들의 캄보디아 투자액은 올 들어서만 2억달러를 넘어섰다.
미즈호은행은 베트남의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도로와 항만 등 대형 국책사업에 일본 기업들이 참여할 경우 법인영업의 기회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미즈호은행은 베트컴과 함께 카드사업 등 개인금융사업도 시작할 계획이다.
◆해외 M&A에도 적극 참여지난 3월 지진 발생 이후 지날달 말까지 근 6개월 동안 일본 3대 대형 은행의 대출실적은 총 3조6000억엔(54조원)에 그쳤다. 당초 예상치인 7조엔의 절반 수준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피해지역의 기업들이 일본 내 재투자를 망설이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은행들은 부족한 국내 자금 수요를 만회하기 위해 최근 들어 해외 M&A에 대한 대출영업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미쓰비시도쿄UFJ은행은 최근 도쿄 본점 내에 'M&A 금융실'을 신설했고 M&A 경험이 많은 모건스탠리와의 업무제휴도 체결했다.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은 각국 영업점끼리 M&A대출 노하우를 공유하는 시스템을 마련했고,미즈호은행은 미국 유럽 등의 매각 후보기업 정보를 취합해 일본 기업에 소개하는 전문조직을 꾸렸다.
일본 대형 은행들의 이런 노력은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 1~7월 중 일본 기업들이 일본 3대 은행의 대출을 받아 진행한 100억엔 이상의 해외 M&A 규모는 총 1조4000억엔가량.이 중 절반인 7000억엔을 3대 은행이 대출을 통해 제공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일본 기업들의 해외 M&A에서 일본 은행을 통한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과거에 비해 배 이상 높아졌다"며 "엔고가 지속될 경우 일본 은행들의 해외 M&A대출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