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금리도 3%대로…돈 굴릴 곳이 없다

금리 하락에 은행 단기상품 수신만 늘어…강남 부자들, ELD·수익형상가 투자 관심
서울 강남에 위치한 한신저축은행은 지난 28일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를 연 5.0%에서 연 4.7%로 0.3%포인트 낮췄다. 수신을 받아봐야 운용할 곳이 마땅치 않아서다. 저축은행업계는 최근 들어 1년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연 4%대,6개월만기는 연3%대로 낮췄다. 시중은행에 이어 저축은행마저 금리를 인하하는 추세다.

주식 · 부동산 시장까지 침체를 거듭하자 투자자들은 '일단 지켜보자'로 돌아섰다. 목돈을 넣어놓고 매달 나오는 이자로 생활해 온 은퇴자들의 고충이 특히 크다. 서울 도곡동의 김모씨(67)는 "연 5~6% 수익만 안정적으로 나와주면 좋겠는데 이런 금융상품을 찾기가 어렵다"며 "물가까지 뛰다보니 생활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은퇴자 "돈 굴릴 데가 없다"

요즘 그나마 돈이 몰리는 곳은 시중은행 예금이다. 안전하고 믿을 만하다는 심리가 확산돼서다. 각 은행엔 최근 들어 평소보다 3~4배 많은 뭉칫돈이 들어오고 있다. 신규 유입자금 중 상당액은 수시입출금식예금(MMDA)을 포함한 단기 자금이다. MMDA는 입 · 출금이 자유로운 대신 금리가 연 1~2%에 불과하다. 일단 현금화했다가 추후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은행 관계자는 "금리가 워낙 낮다보니 일부 특판상품을 빼놓고는 1년 이상 장기예금 가입자가 크게 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반짝' 뛰었던 저축은행 금리도 역시 하락세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6개월짜리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현재 연 3.99%에 불과하다. 일주일 전(4.03%)보다 0.04%포인트 낮아졌다. 1년짜리 평균금리도 최근 연 4%대로 진입했다. 주식과 부동산 시장은 장기 침체를 겪고 있다. 작년 말 2000 선을 돌파했던 코스피는 미국 신용등급 하락 이후 1700 선에서 등락하고 있다. 아파트 등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전국주택가격지수는 금융위기 때인 2008년 말 92.7(올 6월 100 기준)이었는데 지난달 100.9에 그쳤다.

◆지수연동예금 · 수익형상가'관심'

프라이빗뱅커(PB) 등 전문가들은 시장이 불안정한 만큼 위험자산 비중을 줄이되 틈새상품에 관심을 기울이라고 조언했다. 공성율 국민은행 목동PB센터 팀장은 "투자금이 펀드 등에 묶인 고객이 많은데 이익이 조금 실현되면 일단 현금화할 것을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상영 하나은행 선릉역골드클럽 팀장은 "원금보장이 가능하면서 향후 주가에 따라 추가 수익이 가능한 지수연동예금(ELD)을 추천한다"며 "금 시세와 연동되는 예금상품도 괜찮다"고 전했다. 김인응 우리은행 투체어스 잠실센터장은 "목돈을 섣불리 투자하기보다 당분간 1~3개월짜리 예금에 넣어놓고 시장을 관망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비과세 연금보험이 없다면 이 상품부터 가입하라"고 강조했다.

고준석 신한은행 갤러리아팰리스지점장은 "최근 들어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와 수익형 상가에 대한 고객 문의가 늘고 있다"며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부동산 시장이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일부 은행은 자체 심사를 거쳐 우량기업 채권을 선별,연 5~6%대 수익을 추구하는 펀드를 판매 중이다. 한 PB는 "월지급식 채권형펀드와 외화예금 등 틈새상품에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조언했다.

조재길/안대규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