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 타임스퀘어·신도림 디큐브시티, 수도권 쇼핑객 '블랙홀'

서울 상권 지도 바꾸는 복합쇼핑몰

용산 아이파크몰, 5년만에 방문객 4배로 늘어
가든파이브는 개장 1년 지나도 빈 점포 수두룩

쇼핑과 먹거리,놀거리 등을 한데 모아놓은 복합몰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서울지역의 상권지도를 바꿔놓고 있다. 지난 8월 서울 신도림동에 문을 연 디큐브시티는 인근 '타임스퀘어'와 함께 서울 서남부상권의 르네상스를 예고하고 있다. 용산역사에 자리잡은 아이파크몰은 집단상가로 출발한 태생적인 한계를 극복,복합몰로 전환한 지 5년 만에 강북의 명소로 자리잡았다.

◆선두주자들의 약진경방이 운영하는 타임스퀘어는 100% 임대방식을 취하는 정통 복합몰의 모델을 2009년 선보였다. 연면적 37만㎡의 대형몰을 기획,완공까지 10년 가까이 공을 들인 만큼 개점 후 빠른 시간 안에 안착했다는 평가다. 윤강열 영업판촉팀 과장은 "올 들어 9월 말까지 200여개 임대업체의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신장률은 20~30%에 이른다"며 "스무디킹은 전 세계 700여개 매장 중 매출 순위 1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타임스퀘어가 약진한 데는 선진국에서 이미 검증된 정통 몰을 지향했다는 점이 꼽힌다. 이상천 유통공간개발연구소(RADI) 대표는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CGV 등의 앵커스토어(핵심 점포)들이 소비자를 대량으로 모으는 한편 명품과 패스트패션,식음료 매장들이 조화를 이뤄 적절한 매장 구성을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넓은 1층 로비를 이벤트 공간으로 활용해 젊은층을 끌어들인 것도 성공 요인이다.

용산 아이파크몰은 2004년 '스페이스9'이란 집단상가로 출발했다가 극적인 변신 과정을 거쳐 2006년 8월 복합몰로 거듭났다. 점포를 분양받은 3000여명의 투자자가 아이파크몰에 경영을 위탁한 결과다. 총 1600억원에 달하는 리뉴얼 비용을 들여 복합몰로 탈바꿈한 지 5년이 지난 지금은 평일 27만명,주말 60만명의 방문객으로 북적대는 '쇼핑 · 여가 문화'의 중심지로 자리잡았다. 개점 초기에 비하면 방문객 수가 4배나 늘었다. 양창훈 아이파크몰 대표는 "2016년 용산역 일대가 국제업무지구로 바뀌는 데 맞춰 전자랜드 쪽 2만㎡ 부지를 활용해 지금의 몰을 더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험대 오른 후발주자

개점 한 달을 갓 넘긴 디큐브시티의 성공 여부가 유통업계의 관심이다. 복합몰과 백화점을 혼합한 실험적 매장을 선보였다는 점에서다. 당장은 오픈 효과 덕분에 손님이 몰리지만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 앵커스토어가 없어 집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 전문가들은 주목한다.

디큐브시티는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에 걸쳐 연면적 9362㎡에 달하는 패스트패션(SPA) 브랜드 매장 7개를 배치했다. 또 전체 영업면적의 36%에 달하는 식음료 매장에는 다른 상업시설에선 볼 수 없는 15개의 글로벌 음식 브랜드들이 문을 열고 있다. 이곳을 둘러본 박건현 신세계백화점 대표는 "기존 복합몰과 백화점의 장점을 믹스한 듯한 독특한 매장 구성이 신선했다"며 "소비자들이 변형된 타입의 복합몰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몰도 있다. 문정동 장지역 인근에 지난해 6월 정식 개점한 가든파이브가 대표적 사례다. NC백화점이 들어온 '라이프' 상가 일부 매장을 제외하고는 생활용품을 파는 리빙관,전자전문점으로 기획된 테크노관이 1년이 넘도록 텅 비어 있다. 당초 청계천 공구상들이 들어오기로 한 '툴(tool)' 상가에도 지하 1층에 이마트가 입점했을 뿐 지상층은 파리를 날리고 있다.

가든파이브를 관리 · 운영하는 서울시 SH공사 관계자는 "활성화기획단을 꾸려 매장 분양과 임대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며 "상가 바로 앞에 오피스텔과 법조타운이 들어서는 2년 뒤엔 상권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상가 정상화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이정희 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는 "가든파이브가 활성화되려면 복합몰에 부합하는 매장 구성과 운영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며 "지금처럼 분양과 임대가 뒤섞인 개념없는 형태로는 100% 분양을 완료해도 정상화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 복합쇼핑몰다양한 소매업태들을 한곳에 모아놓은 대형 상업시설을 말한다. 보통 백화점 크기의 10배 정도 되는 공간에 살거리,먹거리,놀거리,볼거리 등을 제공하는 시설들이 집합돼 있어 한꺼번에 쇼핑,외식,문화예술,엔터테인먼트,레저 등을 즐길 수 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