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부자는 지금] 100억 가진 자산가, DLS 투자로 ‘안전+고수익’

정기예금에 묻어두면
안전하지만 이자稅 높아

주가·환율 연동상품 투자
조건 충족땐 고수익 보장
강남의 한 프라이빗뱅킹(PB) 센터장은 지난 여름 기존 고객을 통해 김모 할머니(78)를 소개받았다. 김씨는 금융자산만 100억원,부동산 150억원어치를 가진 자산가였다. 김씨의 요구사항은 간단했다. 그는 “나이가 많이 들어 이제 재산을 정리하려 하는데 상속도, 증여도 해 줄 사람이 없고 장학재단이나 하나 설립하려 한다”며 “장학재단 설립까지 돈을 넣어둘 곳을 알려 달라”고 했다.

센터장의 고민이 시작됐다. 물론 정기예금에 돈을 넣어두면 간단하고 안전하다. 하지만 김씨처럼 큰 돈을 굴리면 예금이자의 38.5%를 무조건 세금으로 내야 한다. 연 4000만원 이상 금융소득이 발생하면 금융종합소득과세 대상이기 때문이다.예금보다 수익률이 좋거나, 적어도 세금을 덜 내는 투자처를 찾는 것이 센터장의 몫이었다. 센터장은 고심 끝에 김씨에게 6개월마다 이자를 지급하는 방식의 채권 파생결합증권(DLS)에 투자하라고 권했다.

예상 투자수익률은 연 4%대 후반. 국공채와 신용등급 A 이상의 회사채 등에 투자해 안전성을 높이되 다양한 파생상품에도 일부 자금을 투입해 기대 수익률을 다소 높인 상품이다. 원금을 잃을 가능성은 거의 없고 수익은 정기예금보다 좋을 것으로 판단했다.

센터장은 “3분의 1은 수익성이 괜찮을 것으로 보이는 DLS, 3분의 1은 세제혜택이 있는 즉시연금, 3분의 1은 안전한 정기예금에 넣는 식으로 돈을 분산시켰다”고 설명했다.

○ELS·DLS로 ‘안전한’ 수익 추구

‘재테크 휴식기’를 맞아도 부자들은 돈 굴릴 곳을 찾으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하지만 주식은 상승·하락 여부를 쉽게 점치기 어렵고, 그간 안전자산으로 꼽혔던 금 등은 오히려 너무 올라 투기성이 짙어진 상태다.기준금리 인상 기조에도 불구하고 시중 유동성이 풍부해 예금금리는 되레 떨어지는 추세다.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연 3%대 후반이나 연 4%대 초반에 불과하다. 물론 거액을 예치할 경우엔 좀 더 우대금리를 받는다. 김씨는 신한·하나은행 등에 연 4.4% 금리를 받고 돈을 맡기기로 했다.

이외에 연 4%대 후반 금리를 약속하는 저축은행 등도 있다. 하지만 불안하다. 수백억원대 자산을 5000만원씩 분산 투자하기도 쉽지 않다.

이들에게 최근 주목을 받는 것은 주가연계증권(ELS)과 DLS다.주가상승률,환율 변동 등 몇 가지 조건을 만족시키면 고수익을 약속하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할 때는 원금을 주거나 낮은 수준의 수익률만 확정하는 것이지만 워낙 시중금리가 낮다 보니 인기가 많다.이런 상품에 투자할 때는 조건을 꼼꼼히 들여다보고 충분히 이해하는 것이 관건이다. 한 시중은행 PB센터장은 “어떤 고객은 ELS 상품에 기초자산으로 넣어놓은 주식 가격이 너무 올라 ‘상승녹아웃’에 해당돼 수익률이 연 5.0%로 확정됐는데도 함박웃음을 지으며 ‘주식이 많이 올랐으니 이익률이 좋겠다’며 찾아오기도 한다”고 전했다. 자신이 투자한 상품의 상승녹아웃 조건을 제대로 보지 않아 착각했다는 얘기다.

환율과 연동시킨 상품 등은 국제 금융시장 동향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최근 농협 PB센터가 팔고 있는 위안화 절상 가능성에 베팅하는 DLS를 내놨다. 1년 내로 위안화가 달러화에 대비해 2% 이상 절상될 경우 연 6.0% 수익을 확정하는 상품이다. 만약 1년 내 위안화 절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원금의 98%를 상환한다. 투자자 입장에선 -2% 혹은 6% 둘 중 하나인 셈이다.

○연금상품으로 절세

상품 자체의 수익률이 높지 않더라도 ‘세(稅)테크’를 통해 실제 수익률을 높일 수도 있다. 대표적으로 많이 이용되는 상품은 보험상품이다.

고액 자산가들은 가급적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피하는 투자처를 찾는 것이 최대 관심사다. 80억원 자산을 가지고 있는 박모씨(82)는 그간 무조건 정기예금에만 돈을 넣었다. 연 4.5% 이자를 약속받았더라도 38.5% 세금을 내고 나면 실제 손에 쥐는 것은 3.3%에 불과했다.

박승호 국민은행 방배PB센터 팀장은 “만약 비과세 혜택을 받는 상품을 이용한다면 정기예금보다 수익률을 훨씬 더 높일 수 있다”며 “즉시연금 등 보험사 상품을 충분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10년 이상 장기 보험상품에 투자할 경우 금융종합소득과세에서 해당 투자로 인한 수익 부분은 제외된다. 일례로 박씨가 이 돈을 즉시연금보험에 넣을 경우 연 4.6~4.7%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